미국産 '심청' 한국 무대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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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외국인이 만든 퓨전 연극 '심청'이 한국 무대에 오른다.

심청과 심봉사 이야기는 국내에선 판소리.무용.마당놀이 등 다양한 장르에서 사랑받아온 소재다. 그러나 아버지를 위해 딸이 목숨을 버린다는 지극히 한국적인 효(孝) 사상은 해외에서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외국인이 만든 '심청'의 한국 공연은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심청'은 미국 노스리지 캘리포니아 주립대(CSUN) 교수와 학생이 함께 작업한 작품. 고(故) 마셜 필 하버드대 교수가 완역한 판소리 심청가를 토대로 했다. 하지만 단순히 스토리를 전개하는 차원을 탈피해 영상과 소리를 혼합한 퓨전 연극으로 재창조했다. '심청'은 지난달 말 LA 폴게티 센터에서 공연해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무대 위 배우들은 대사보다는 연기에 주력한다. 대신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인 박찬응씨가 장면마다 영어로 판소리를 부르며 극을 전개해 나간다. 박교수는 1970년대 '섬 아이'라는 노래를 부른 가수 출신으로 현재 해외에 판소리를 널리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외국산(産) '심청'은 한국의 분단과 통일 문제를 버무려 넣었다. 심청이 바다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의 투신을 의미하는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극 중간중간엔 김정일 위원장과 부시 대통령, 삼엄한 비무장 지대 등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제임스 드 폴 CSUN 연극학과장은 "심청 이야기는 지구촌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소재"라며 "이번 공연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꾀한 만큼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한글 자막 서비스가 없는 대신 공연전 관객에게 한글 대본을 한권씩 나눠준다. 02-2274-3507.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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