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연극잔치」-공연취소 등 관객들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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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연극의 해」를 맞아 연극관객을 위한 서비스로 마련된 「사랑의 연극잔치」가 일부극단의 일방적인 공연취소·변경으로 오히려 연극애호가를 실망시키고 있다.
사랑의 연극잔치는 관객에게 실질적인 할인혜택을 주는「사랑의 티킷」을 판매해 관객의 저변을 확보하고자한 올해 연극계 최대의 행사. 관객들은 5천원권 티킷을 문예진흥원지원금 혜택으로 3천원에 구입할 수 있어 환영받았었다.
사랑티킷은「사랑의 연극잔치」참가 작 42편을 어느 것이나 골라볼 수 있으며, 참가작품은 이미 4월에 인쇄된 티킷의 뒷면에 일정과 함께 인쇄돼있다.
그런데 일부 참가극단들이 이미 알려진 공연일정을 변경하거나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일이 잇따라「관객과의 약속을 어기는 불성실한 처사」로 비난받고 있다.
공연을 아예 취소한 경우는 비교적 호평 받아 온 극단「민예」의『하나님 비상이에요』. 6월2일까지 샘터파랑새극장에서 공연중인 이 작품은 6월3일부터 30일까지 마로니에극장에서 재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극단사정으로 취소됐다. 연출 겸 대표인 강영걸씨는『행사기간 중 대학로 지역극장을 너무 오랫동안 사용한다는 주위의 불평과 매일 두 번씩 계속되는 강행공연에 따른 배우들의 과로 등으로 불가피하게 취소했다』고 말한다.
공연일정을 바꾸거나 작품을 바꾼 경우도 명백한 약속위반으로 관객을 실망시키긴 마찬가지다.
극단「목화」의 경우『심청이는 왜 두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를 20일부터 한달 간 전용소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일방적으로 공연작품을 변경,『백구야 껑충 날지마라』를 대신 공연중이다.『백구야…』는 극단 측이 지난 5월초 문예회관에서 공연했던 작품으로 다시 장소를 옮겨 재 공연하는 셈.
극단「예당」도 6월부터 전용소극장에서『빨간 바다』를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 현재 공연중인『왕이 된 허수아비』를 연장 공연키로 했다.
극단「대중」은 이미 지난18일 시작했어야할 뮤지컬『넌센스』를 아직 시작하지 않고 있는데 6월8일부터 8월31일까지 공연한다고 밝히고있다.
한편 극단「광장」의 경우는 24일부터 바탕골소극장에서 공연중인『오후-죽음의 형식』 을 직접 공연하지 않고 부산극단인「연희단거리패」를 초청해 공연 중. 당초 지방극단의 참가가 제한돼있어 부산극단이 참가할 수 없었는데 극단「광장」측이 자신의 이름으로 참가신청하고 다른 극단이 공연하는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부산 연희단거리패는 화제작『오구』를 지난해 서울에서 공연해 호평 받은 단체며, 극단「광장」은『오구』를 공연한 적이 없었다.
이밖에 일부 극단들이 발매금지된 할인권을 판매하고있는 것도 잔치분위기를 흐리는 편법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행사주최인 집행위원회(위원장 권오일연극협회장)는『일부극단의 일방적인 위반행위를 강제로 막을 수는 없으나 6월말 집행위원회 전체의견을 수렴하는 회의를 거쳐「사랑 티킷」보상금 지불중지, 시상대상에서의 제외등 불이익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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