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요정 최지은, "동계 U대회, 부상 딛고 날아볼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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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최지은선수 미니홈피

태릉 선수촌 아이스링크. 지난 주말 찾은 차가운 빙판에서는 17일부터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동계 유니버시시아드(U)에 출전할 선수들의 막바지 훈련이 한창이었다. 이날 두 시간 가량 진행된 훈련에서는 선수들이 전담 코치와 짝을 이뤄 개인별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집중 훈련이 이뤄졌다.

최지은(20.성신여대입학예정) 선수 역시 스케이트 끈을 꽉 조인채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혹독한 훈련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는 28일부터 개최되는 동계 아시안 게임에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해진 김연아를 대신할 예비엔트리에도 포함됐다. 최 선수는 "나한텐 좋은 기회지만 동생 연아가 빨이 나아 멋진 연기를 보였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최 선수는 사실 김연아 선수가 출현하기 전까지만해도 국내 피겨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그는 열 세 살 때 트리플 점프를 배운지 한 달 만에 성공시켜 '신동'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리고 3년 연속 국가대표를 차지하며 국내에서 피겨 여왕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하지만 열여섯살 때 갑자기 심한 골반 부상을 당하면서 선수 생명 마저 끝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재활훈련을 거치며 스케이트화를 다시 신을 수는 있었지만 부상은 계속 이어졌고 통증으로 경기를 기권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엠 알 아이(MRI:자기공명영상검사)등의 정밀 검사를 통해서도 정확한 통증 원인을 찾지 못했다. 최선수의 성적은 자꾸 곤두박질 쳤다. 게다가 김연아라는 걸출한 스타가 탄생했다. 최지은이란 이름은 빙상계에서 점점 잊혀져갔다. 그는 당시를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은퇴까지 고려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최 선수는 이를 꽉 깨물었고 기약 없는 재활훈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3년이란 시간 끝에 완쾌했다. 그리고 지난 해 9월 열린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부다페스트 2차대회에서 종합성적 3위를 차지하며 부활했다.

올 해 대학생이 되는 최 선수의 목표는 동계 U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최 선수는 "좋은 성적이란 1, 2등이 아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펼치는 것"이라며 "피겨 선수로서의 삶에 있어서 이번 U대회는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드 그랑프리(GP) 파이널 시니어 정상에 오른 열여섯 살 김연아 선수가 있기에 스무 살 최 선수의 목표는 어찌 보면 작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 선수는 그런 것에 전혀 연연하지 않는 눈치다. 그는 "지금 피겨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최 선수는 친자매처럼 지낸다는 김연아 선수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 연말 명동에 둘이 손잡고 나갔었는데 친자매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연아가 빨리 일어서 멋진 연기를 다시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래요."

[대학생 인턴기자 곽진성.한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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