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출국으로 주목받는 미·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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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쌀은 다른 곡물에 비해 고소득작물이면서도 교역 규모가 작다는 특징을 갖고있다.
지난 3월중의 국제평균 시세는 밀이 t당 1백20달러인데 비해 쌀은 3백58달러(미국 중립종 기준)로 거의 3배 수준.
그러나 밀이 세계 생산량의 20% 정도가 교역되고 있는 반면 쌀은 교역량비율이 생산량의 3∼4% 수준에 그치고 있다.
89년의 경우 도정된 쌀을 기준해 전체 생산량이 3억5천만t이었으나 이중 3.8%인 1천3백20만t이 교역됐다.
여기에는 생산국들 대부분이 주식으로 자체 소비하고 있으며 생산지역이 동남아저개발국들에 치우쳐있다는 점도 배경이 되고 있다.
시장이 협소한 만큼 수입 수요 등에 따라 시세등락이 크며 80년대 들어서는 과거 큰수입국이던 중국·인도네시아가 수출국으로 전환되고, 다른 소비국들의 자급률도 증산정책 및 기술향상 등에 따라 계속 높아져 가는 추세라 이것이 수출입국간의 무역마찰을 낳는 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쌀의 최대 소비국은 중국·인도·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등으로 세계소비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 그만큼을 생산하고 있다.
태국은 19세기 이래의 전통적인 최대 쌀 수출국으로 세계수출량의 40%를 점하고 있으며 89년부터는 전쟁으로 지난 20여년간 수입국으로 전락했던 베트남이 저가로 본격 수출에 나서 태국과 적지 않은 경합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쌀 수출국으로 보다 주목되고 있는 곳은 미국과 호주다.
이들 나라의 생산농가는 대규모기업농으로 대단한 생산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정부에 큰 입김을 행사하고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쌀 생산 농가는 3만여 농가에 불과하지만 이들로 구성된「미쌀위원회」는 「전미도정업자협회」와 함께 수출국의 이해를 강력히 대변하고 있다.
최근 우리가 북한에 쌀을 물물교환한 것과 관련, 그 저촉여부가 문제됐던 유엔식량 농업 기구(FAO)의 잉여농산물처리 원칙은 잉여 농산물을 다른 나라에 원조 및 대여 등으로 제공할 경우에는 수출국들과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규정, 수출국들이 세계 쌀 교역 시장에서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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