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 잡는 영진공 제작지원작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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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화진흥공사가 올해부터 확대 실시하고 있는 극영화 제작 사전 지원 사업이 제작사간의 과열 경쟁에 따른 물의를 빚을 소지를 안고 있어 이의 운영 방법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전 제작 지원이란 영진공이 매년 상·하반기 5편씩의 기획 단계중인 영화를 뽑아 5천만원씩을 무상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원 액수가 많기 때문에 제작사들의 지원 희망이 크고 탈락된 제작사는 상대적으로 심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올 상반기의 경우 영진공은 30여편의 신청작중 5편을 가리기 위해 심사위원들을 지방호텔에 투숙시켜 심사를 하는 등 신경을 썼지만 탈락된 제작사들은 승복하기 어렵다는 표정들이다.
특히 이달초 영진공이 발표한 당선작 중에는 심사위원 채점결과 5편 안에 든『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가 최종발표에서는 빠져 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가슴에…』는 광주 항쟁 소재 16㎜ 영화『오! 꿈의 나라』를 만든 홍기선씨가 신청한 것으로 홍씨는 89년『오! 꿈의 나라』를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고 대학가 등에서 상영한 혐의로 고발돼 1심에서 1백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2심에 항소중이다.
영진공은 행정관례상 재판계류중인 제작자에게 국고에서 돈을 꺼내 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또 최종심에서 홍씨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돈을 회수할 수도 없으므로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씨는 유죄 확정이 날 때까지는 무죄로 보는 게 법리해석의 상식이고, 또 최종심에서 유죄판결이나 자격제한에 걸린다하더라도 자격정지의 구속력은 그때부터 발효하므로 영진공의 이번 조치는 명백한 월권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씨의 경우처럼 분명한 논란이 없다하더라도 탈락된 다른 제작사들도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사전지원제도에 대한 이론이 분분하자 영화계 일각에서는 지금처럼 제작사의 신청작을 상대로 한 심사방법을 고쳐 시나리오만으로 심사를 한 후 선정된 시나리오를 영화화하려는 제작사가 나설 경우 지원금을 주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방법은 그러나 선정된 시나리오로 돈만 타간 채 영화화가 지지부진할 경우가 있고, 또 지원금에 조금 더 보태 졸속으로 영화를 만들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영화계는 영진공이 시나리오를 영화로 옮기겠다는 제작자가 구체적으로 영화화 진행내용을 제시할 때에만 돈을 주면 될 것이고 졸속제작을 막기 위한 방법도 마찬가지로 세부적 내용을 검토한 후에 지원금을 지불하면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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