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이후 저공해 세제 개발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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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수질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저공해 세제가 선보이고 있다.「무공해」「자연세제」 등을 내세운 저공해 세제의 현황과 실상을 알아본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저공해세제는 ▲럭키의「슈퍼크린」「자연퐁」과 ▲무궁화유지의「마일드붐」 ▲(주)애경의「애경썬」등이다.
최근 페놀사태·샴푸린스파동을 겪으면서 이들 회사가 내놓은 제품들은 우선 거품을 일으키는 성분인 계면 활성제의 물 속 생분해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업계의 주장에 따르면 이 저공해 세제들의 생분해도는 7일에 99.5∼99.9%에 이른다.
이는 80년대 이전의 경성세제의 생분해도 30%보다는 월등히 높을 뿐 아니라 현재의 연성세제분해 한계인 90%를 훨씬 웃돌아 일단 품질개선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의 24시간(1일) 생분해도는 84∼99.5%로 모두 다르며 특히 12시간 생분해도는 44.4∼99.3%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대부분 하천이 배출원에서 하수처리장에 이르는 길이가 짧아 가정 등에서 흘려보낸 생활하수가 길어야 12시간 내에 모두 처리장까지 도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7일 생분해도가 높더라도 하천을 통과하는 짧은 시간에 계면활성제가 분해되지 않으면 여전히 많은 거품을 일으켜 하천의 자정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저공해세제」들은 또『인산염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물을 썩게 하고 수중생물을 숨지게 하는 현상인「부영양화」를 유발할 위험성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아직 공인기관의 검증이 안된 상태다.
세제업계는『분말합성세제의 인산염 규제 기준인 2%에 크게 못 미치므로 수질오염에 미치는 효과가 극히 적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외국처럼 하수처리장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실정에서 외국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환경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성균관대 홍사오 교수(약학)는『합성세제는 하수처리장에서 거품을 발생시켜 여과기를 가로막지 않도록 생분해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피부·인체에 자극을 주는 중금속 등 성분이나 독성성분을 거의 갖고있지 않는 계면활성제의 연구개발에 보다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처 김인환 수질보전국장은『업계의 개선노력과 함께 정부당국도 하수처리시설의 완비와 계면활성제의 거품을 하수처리장에서 5∼6배 더 없앨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환경관계자들은 세탁용 세제 중 아직도 많은 제품에 들어있는 인산염을 대체하되, 현재 개발돼 사용중인 저올라이트(Zeolite)처럼 씻어내리는 힘(세정력)이 절반정도로 뚝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세정보조제의 개발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연구개발비 투자 등으로 종전의 세제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값싼 저공해 세제품 보급이 중요한 과제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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