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황폐화 농촌보다 훨씬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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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반 국민은 산업계층별 종사자중 제일 못사는 계층이 농민인 줄로 알고 있다. 그러나 농림수산부가 얼마전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90년도 전 농가 가구당 평균 소득은 1천1백2만6천원인데 비해 어가의 평균 소득은 1천2만3천원으로 농가소득의 90%가 조금 넘는 수준이며 어가의 부채는 농가부채보다 25% 더 많다.
전체 재산 또한 호당 평균 6천1백만원으로 농가 호당 평균 재산의 77%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도시근로자 소득과는 비교가 안되며 농촌보다 더 못사는 어촌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정책 당국이 오랫동안 연근해 어장의 수산자원을 보호하지 않고 생산 위주 정책을 시행한 탓으로 어자원은 고갈된 상태다. 무분별한 연안어장 매립, 간척사업으로 인해 천혜의 양식어장이 상실되고 어족의 생태계도 바꾸어 놓았다.
공장의 폐수와 오염물질유입, 해상 유류오염 등으로 어장은 황폐화되었고 무법천지의 불법어업 성행 및 해상 강도 등 극도의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어민들은 더 이상 생계유지가 어려워 대대로 지켜온 바다를 등지고 도시의 유랑민으로 전락하고있다는 것을 정부 당국은 알고 있는지, 정말 바다를 버릴 것인지 묻고 싶다.
설상가상으로 수입 자유화정책에 의한 정부의 수입 예시품목 중 명태·오징어는 끝까지 수입하지 않는 유보품목으로 발표해 놓고 물가안정책이란 미명하에 무분별하게 수입해 어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물가안정책에 수산물을 가격 안정 대상으로 삼은 것은 수산물의 특수성을 무시한 정책이다. 수산물의 수급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루어지는 일시 다획성이므로 수급조정은 도저히 인위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월께 명태가격이 약 2주동안 폭등했던 적이 있었다. 이것은 해상 기상이 나빠 명태를 실은 배의 입항이 지연되어 일시적으로 가격이 상승되었으나 곧 바로 날씨가 좋아져 대량입하 돼 반값으로 폭락하게되었다.
그런데 정부에서 일시적으로 명태 값이 올랐다고 해서 곧바로 이를 수입, 1개월후 한국에 입하된 시점에는 평년 가격보다 3분의1로 폭락했다. 수입명태는 판매가가 수입가 이하라서 팔지도 못하고 아직도 냉동창고에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단견이 물가안정에는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고 귀중한 외화만 낭비, 생산어민만 더 못살게 한 결과를 빚은 것이다. 정부는 하루속히 이런 어민의 고충을 파악, 불만이 폭발하기 전에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유태영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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