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3일의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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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모름지기 TV드라마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시각과 생각을 갖게끔 하는 특성이 있다. 종종 엇갈린 평가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13일 막을 올린 KBS제2TV 월·화 드라마『3일의 약속』이 시작 초반 일단 적잖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우리의 공통적 정서를 다뤘다는 점에서 연유한 게 아닌가 싶다.
사람은 외로울 때가 있다. 겉보기에 남부럽지 않은 사회적 지위·재산·명예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도 왠지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허전함 때문이리라.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그렇다.
미국 LA근교 의대 교수며 개업의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생활하지만 1·4후퇴당시 3일 후에 돌아오겠다고 어머니와 굳게 약속하고 집을 떠난 뒤 이를 지키지 못해 늘 가슴앓이 하는 주인공.
낯선 땅에서 인생 50줄의 뒤안길이자 황혼기에 접어든 그는 마침내 북녘땅에 두고 온 어머니를 찾아 나선다. 행여 모를 위험이 집안에 불어닥칠까 마음졸이는 부인의 반발과 오히려 은근한 성원을 보내는 아들의 대조적 입장이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적 모습이기도해 인간적이기까지 하다.
어머니로 상징되는 우리네 고유의「정의 문화」가 화면 가득 담겨있는 게 이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다.
방북한 경험이 있는 고향출신 재미교포들이 한식집에 모여 지난날을 회상하던 중 튀어나온 남북한 평가·논쟁을 별 무리 없이 끌어간 연출도 눈길을 끈다.
어느 일방의 주장을 나열하기보다 민족의 하나됨에 초점을 맞춘 점 자체가 자칫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예민한」주제를 적절히 소화해냈다는 인상이다.
특히 무대배경의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해변·도시풍경 등을 담은 미국 등지에서의 현지촬영은 한편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내용 못지 않은 무게를 갖고 있다.
재미교포 의학박사 정동규씨의 자전적 소설을 극화하며 아역·청년역·중년역을 따로 선정한 것도 극중 신뢰도를 높여주었다는 면에서 제작진의 노력이 돋보였다.
다만 가끔씩 주인공의 부인과 아들의 대화 중 나오는 한국어·영어 혼용 등 일부 장면은 우리 문화권과 동떨어진 어색함 때문에 드라마 이해에 별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 아쉽다.【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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