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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에 봐도 재미있는 애니 만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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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회사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작품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재미있는 것, 보고 싶은 것, 그래서 10년이 지나도 화제가 되는 것, 그게 바로 저희가 추구하는 작품이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비즈니스코스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야마가 히로유키(山賀博之.45.사진)의 설명은 명쾌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게임제작사인 가이낙스의 대표이자 열혈 애니메이션 매니어 출신의 감독으로서, 그는 한국의 문화산업 실무자들에게 "20년을 내다보고 작품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저같은 매니어들이 모여 가이낙스를 만든 것이 1984년입니다. 아마추어였지만 작품에 대한 열의는 누구 못지않았죠. 돈이 되지 않겠지만 즐기면서 해보자고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 '왕립우주군-오네마이스의 날개(1987)''신비한 바다의 나디아(90)''신세기 에반게리온(95)' 등입니다. 이 같은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던 청소년들이 지금은 우리 회사에 입사해 일하고 있고요."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제작 직후 이 작품 극장판을 보기 위해 많은 국내 청소년과 대학생이 일본에 건너가는 '에바 신드롬'을 일으켰을 정도로 국내에도 화제가 됐었다. 일본에서는 당시 '에반게리온'이 창출한 경제적 효과가 300억엔(약 24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다. 관련 DVD나 주인공 캐릭터 상품 등이 매니어는 물론 일반 시청자까지 호주머니를 털게 한 셈이다. 그리고 관련 상품들은 10년이 넘은 지금도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을 정도다.

그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비결을 "다른 회사가 작품 기획에 3~6개월 정도 걸린다면 우리는 2~5년 정도 걸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하는 기간엔 작가와 감독이 함께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면서 진짜 치열하게 토론합니다. 철저하게 관객의 입장에서 정말 보고 듣고 싶은 얘기가 뭔지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투자자도 이렇게 기획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쌓아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야마가 대표는 "올 4월 TV를 통해 방영될 신작 '그렌라간'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로봇 애니메이션"이라며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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