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가장 돕기등 봉사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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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고 강경대군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는 14일 낮12시쫌 서울 변두리 상계동 달동네 골목에서는 흐뭇한 정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서울 영등포교도소(소장 오희창)에 불교신자들로 구성된 불심회(회창 나승섭교사)회원 가운데 4명의 교도관들이 박삼중스님과 함께 극빈 재소자인 김창식씨(32)가정을 방문, 부인 백민숙씨(28) 에게 푼푼이 모은 성금 40여만원을 전달한 것.
남편이 복역한지 4년 동안 서울상계1동1113 무허가 단칸 사글세방에서 영근(10)·영훈(8) 두 아들을 기르며 식당종업원으로 생계를 꾸려오고 있는 부인 백씨는 이들 교도관 일행의 갑작스런 방문을 받고 시종 울먹이기만 할뿐 고맙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이날 모범재소자인 김씨의 가정을 방문한 교도관들은 불심회 나회장과 김영호(38)·문기두(37·총무)·성기휘(34)교사등 4명.
89년 12월 회원40명으로 발족된 이 모임은 부처님의 동체대비사상을 바탕으로 양로원 및 소년·소녀 가장돕기 등을 벌이고있는 영등포 교도소내 자선봉사단체.
이날 불심회가 처음으로 모범재소자의 가정을 방문하게 된 것은 박스님이 올해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모범재소자 가운데 극빈 가정을 방문, 가족들을 도와주자고 제의한데 따른 것.
이에 따라 불심회는 김씨외 전영식(30) 엄영낙씨(39)등 3명의 모범극빈 재소자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87년 5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4년째 복역중인 김씨는 자신이 모범 극빈 재소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보다 훨씬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며 극구 사양했다고 교도관들은 전했다.
이 모임의 총무를 맡고있는 문씨는 『제복을 입고 대할 때 보다 서로가 신앙으로 만날 때 훨씬 쉽게 마음의 벽이 허물어진다』고 말했다. <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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