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후배들에 '부담 떠넘기기' '반쪽짜리 개혁' 비판 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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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만들어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보고서는 시안보다 훨씬 개혁적이었다. 기존 공무원이 고통을 분담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정부도 2006년 내에 개혁안을 마무리짓기 위해 발전위 위원들을 재촉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 장관이 교체되면서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개혁안을 2006년 안에 만들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래서 야당과 학계에선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 표를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결국 최종 발표된 시안은 보험료율을 올리기는 했지만 기존 공무원이 퇴직 후 받는 돈은 거의 달라지지 않도록 했다. 일반 국민에게 적용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액은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옷을 갈아입히긴 했는데 옷값은 그대로인 셈"이라고 말했다. 재정 부담 감소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치게 됐다. 발전위 관계자는 "KDI 안대로 하면 2070년 정부 재정 부담이 제도를 그대로 둘 때보다 58% 감소한다. 그러나 시안을 적용하면 27% 줄어들 뿐"이라고 말했다.

대신 공무원연금법 개정 이후 공무원이 되는 사람은 선배들이 회피한 부담까지 모두 떠안게 된다. 전문가들은 임용 1년 차이로 인해 퇴직 후 소득이 30%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상호 관동대 교수는 "공무원 간의 퇴직 소득 격차를 급격하게 벌려 놓으면 세대 간 갈등 등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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