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활 중 어깨너머로 배워|인도요리 뛰어난 김석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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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강대·성심여대 등에서 인도철학과 서양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김석진씨(48·서울 갈현동)는 인도유학 10년 동안 갈고 닦은 인도요리솜씨가 수준 급이다.
그가 인도요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76년 마드라스 대학교 대학원의 라다크리슈난 박사의 철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유학하면서부터. 방학기간이면기숙사 문을 닫아 혼자 기숙사생활을 하던 그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어깨너머로 배운 인도요리를 해먹기 시작한 것이다.
10년간 입에 밴 맛과 인도문화·철학에 대한 애착 때문에 아직도 집에서 인도요리를 즐겨해 먹는다는 김씨. 그는 귀국한지 5년이 지난 지금도 각종 인도 향료·차·열매 등을 구비해놓고 있다.
많은 인도요리 중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탱가이사담」이다. 우리말로는「야자비빔밥」쯤으로 풀이하면 될 것이다.
팽가이사담은 차게 식힌 밥에 버터·야채 기름에 볶은 다알(혹은 녹두), 캐슈너트, 땅콩, 겨자씨, 숭덩숭덩 썬 풋고추를 넣고 잘게 썬 야자(혹은 야자 분말)를 섞어 만든다. 갈잎·바나나 잎과 같은 큰 나무이파리 위에 얹어 손으로 먹는 음식으로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철에 특히 좋은 영양식이다.
인도음식은 그릇이 아닌 이파리에 담아먹는 것이 특징인데, 먹고 난 잎은 소여물로 사용하고 설거지가 필요 없어 실용적이고 편리하다는 것이다.
김씨가 탱가이사담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야자가 갖고있는 철학적 신비함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야자를「여자과일」이라고도 부르는데, 다음과 같은 야자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옛날에는 여자가 아이를 낳은 것이 아니라 야자열매 속에서 아이를 가져왔다. 그래서 아이가 아프면 엄마들은 아이를 야자나무에 돌려주고 다른 야자열매를 가져가곤 했다. 따라서 .야자나무숲은 아픈 아이들로 꽉 찼고, 어느 날 이 광경을 본 선인이 기도를 드려 여자 몸에서 아이를 낳게 하였다.
전설로만 보기엔 너무나 신비한 것이 야자모양은 여자 자궁모습과 같다는 것이다. 껍질을 까면 나오는 씨눈 3개(∴)박힌 모양이 변증법 원리의 도식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 여인들이 시집갈 때 얼굴에 찍던 연지·곤지 모양과도 같아 그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또 생명의 신비를 연구하기 위해 UFO 연구자들은 야자열매를 연구하고 있다고도 한다.
야자의 영양가는 우리나라 인삼과도 같아 인도인들은 몸이 허약해 졌을 때 야자를 조금씩 먹는다. 가난한 인도에 장수하는 사람이 많고, 골다공증 환자가 없고, 치아가 튼튼한 것도 모두 싸게 구할 수 있는 야자가 지천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씨에게 탱가이사담은 음식을 먹으면서 철학을 음미할 수 있는 그런 요리다.<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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