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신협 여직원이 31억 '꿀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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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병원 신용협동조합에 근무하면서 15년 동안 조합원 73명의 돈 31억여원을 빼돌린 '간 큰' 여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신협 자금 31억4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선모(43.여)씨에 대해 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선씨는 인천 부평구의 한 병원 신협에 근무하면서 1992년께부터 조합원 명의를 도용, 대출을 한 것처럼 전산망을 조작해 돈을 빼돌리는 수법 등으로 모두 31억4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씨는 2006년 3월 조합원들의 예치금 6억원을 시중은행의 4개 계좌로 예치한 것처럼 조작해 횡령한 것을 비롯해 2005년 9월에는 조합원 박모씨가 3500만원을 대출받은 것처럼 전산망을 조작하는 등 모두 73명의 조합원 명의로 허위 대출을 받아 가로챘다.

경찰 조사 결과 선씨는 1992년부터 조합원 명의로 대출받아 횡령한 뒤 상환 시점이 되면 다시 다른 조합원 명의로 대출받아 상환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되풀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씨는 경찰에서 "횡령한 돈 중 12억~13억원은 대출 이자로 충당됐으며 나머지는 제조업을 하는 남편의 사업자금과 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말했다.

선씨는 지난해 11월 14일 회계감사를 앞두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1주일간 감사 연기를 요청한 뒤 20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잠적해 1개월여간 부산.경남 등지로 도피 행각을 벌이다 8일 경기도 일산 자신의 집에서 검거됐다. 선씨는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 이삿짐센터와 계약 문제로 잠시 집에 들렀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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