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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후배 가르치니 보람 두 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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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울교대에 다니는 박보미씨(右)가 방학을 맞아 고향인 전북 익산에서 중학교 후배들을 가르치는 귀향 멘토링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프리랜서 오종찬]

9일 전북 익산시 영등중학교 2층 본관 어학실. 대학생 3명이 중학생 2~3명씩을 앞에 두고 국어.영어.수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중학생들에게 '유리수의 개념과 분류''유한 소수와 무한 소수의 계산 방법' 등을 가르치던 서울교대 박보미(수학과)씨는 "학원 갈 형편이 못되는 고향 후배들에게 부족한 공부를 가르친다 생각하니 서울에서 과외를 하던 때보다 하나라도 더 열심히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익산이 고향인 박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겨울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와 후배들에게 과외교습을 해주고 있다.

수업을 받던 영등중 고은별(1학년)양은 "학교 선배인 대학생 언니가 새 학년에 올라가 배울 내용을 친절하게 자세히 가르쳐 주니 공부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고 말했다.

'대학생 귀향 멘토링제'가 겨울방학을 맞아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학 동안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대학생 멘토링제는 지난해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했으나 올 1월부터 전국의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까지 확대 시행하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박씨처럼 멘토(조언자)로 활동하는 대학생은 전북지역에서만 110명, 전국적으로는 총 900여 명이다. 혜택을 받는 초.중학생은 4000여 명에 이른다. 대학생들은 한 번에 2~3시간씩, 총 20시간 동안 주요 과목을 가르치기도 하고 장래 진로 등에 대한 조언도 해준다. 또 4시간은 아이들과 함께 문화.체험 활동을 한다. 이로 인한 사교육비 절감 효과는 1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교육인적자원부는 추산하고 있다.

임실에서 초등학생 멘토로 활동하는 전주교대 김지영(초등교육과)씨는 "학원에 못 가는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예비 교사로서 강의실에서 배운 것을 실제 활용하게 돼 1석2조의 보람을 느낀다"며 "학습뿐 아니라 아이들의 심성 지도, 창의력 개발 등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귀향 멘토링제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시는 지원자가 넘쳐 선착순 마감을 할 정도지만 군 단위는 멘토가 될 대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촌은 활용할 대학생이 적은 데다 면적이 넓고 교통편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전북 임실군의 경우 멘토 대학생을 구하지 못해 전주시내 대학에 의뢰해 5명을 겨우 확보하기도 했다.

교육부의 방과 후 학교 기획팀 배상훈 팀장은 "멘토링제는 우수한 멘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라며 "대학생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거나 장기간 결연을 통해 진정한 인생 멘토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대학생 귀향 멘토링제=교육부가 도시와 농어촌, 또는 계층 간의 교육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시행하고 있다. 현재 광역시를 제외한 도 단위 중.소도시 등에서 실시 중이다. 대학생 멘토는 교대.사범대생 위주로 선발하며 교육을 받는 초.중학생은 기초수급 대상자나 소년소녀 가장, 조손 가정의 아이들이 우선이다. 대학생들에게는 교통비.식비 등 명목으로 1시간에 1만5000원씩 지급된다. 멘토를 원하는 지방의 학생들은 거주지역 시.도교육청이나 학교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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