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협상에 더 적극성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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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임시국회 회기 이틀을 앞두고 민자·신민당이 국가보안법·안기부법·경찰법 등 3대 개혁입법의 수정안을 내놓고 마지막 절충을 시도하게 된 것은 불행중 다행한 일이다.
지난 3년간의 지지부진한 협상과정에 실망한 나머지 아직도 양측의 타결의지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지만 7일의 양측안을 보면 종래와는 다른 각오같은 것을 읽을 수 있다.
특히 민자당안은 보안법을 전면 폐지하고 민주질서보호법이란 대체입법을 하자는 신민당의 원안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이미 대체입법을 포기키로 한 김대중 총재와 신민당의 신축성에 상당히 접근한 것임은 분명하다.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개혁입법을 더이상 미뤄 국민의 정치불신을 가중시켜서는 안된다는 민자당의 입장을 신민당이 순수하게 평가해 준다면 절충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이 단계에서 신민당도 개혁입법을 계속 방치해 민자당에 개혁의지가 없음을 공격해서 얻을 정치적 이득과 국회의 생산성이 국민이 기대에 부응해 안겨줄 정치권 전체에 대한 신뢰를 냉정히 교량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볼은 신민당에 넘어간 셈이다. 신민당은 보안법의 대체입법 주장에서 한발짝 물러나 협상의 쟁점을 반국가단체의 범위축소와 이적죄 적용대상 구체화에 맞추어 그야말로 과학적이고 법리에 입각한 절충에 성의를 보이기를 바란다.
민자당이 보안법에서 야당과 각계의 주장을 최대한 수렴했다고 내세우는 대목은 반국가단체의 범위축소와 불고지죄의 인권침해 시비를 줄인 부분이다.
즉 반국가단체는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에 한하며 반국가단체 및 구성원들의 잠입·탈출·찬양·고무행위라 할지라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행해진 경우로 처벌범위를 축소한다는 것이다.
또 잠입·탈출해 관한 불고지죄도 처벌대상에서 제외해 서경원 사건과 관련해 입건된 김대중·김원기·이철용 의원 같은 사람들이 모두 면소대상이 되게 함으로써 공안정국 시비의 한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민당은 『국가존립 및… 정을 알면서』 구절을 아예 삭제,불고지죄의 전면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쟁점이 불고지죄로 집약된 것은 진일보라고 볼 수 있으며 신민당은 보안법이 시대상황에 따라 앞으로 계속 손질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적절한 선에서 타협·양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무튼 이 암울한 시기에 모처럼 조성된 협상의 여지를 여야가 최대한 살려 개혁입법의 합의통과라는 공동의 승리를 보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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