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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희 → 로 → 애 → 락 … 눈물 뒤엔 미소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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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적인 쉬운 멜로디에 세련된 연주를 가미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가수 박상민(40).

노래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야 한다는 그가 11집 앨범('울지 마요')에서는 앨범명 그대로 '애(哀)'를 노래 속에 쏟아부었다. "원래 '감정'을 컨셉트로 했는데, 최근 3년간 힘든 일을 집중적으로 겪다 보니 슬픈 감정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가짜 박상민'사건과 부동산 사기 등 힘든 일이 무척 많았어요. 너무 힘들어 이번 앨범을 접을까도 생각했었죠. 그러다 보니 앨범 색깔에 힘들고 슬픈 감정이 묻어난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첫 곡 '사랑하니까'부터 12번째 곡 '나나나나나'까지 슬픔과 그리움이 자연스럽게 관통한다. 자신이 슬픈 가사의 주인공이 된 듯한 심정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슬픈 노래든 신나는 노래든 감정 몰입만큼은 그 어떤 가수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는데, 이번 앨범은 기존 노래들보다 훨씬 더 감정 몰입이 잘 됐다고 자부합니다."

슬픈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직설적으로 가슴을 후벼 파는 가사는 가수를 울릴 만큼 절절하다. '벌써 후회하고 있어요/발길을 돌리려 해도/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내 자신을 속이고 있죠.'(시린 두 눈) '한때 밤잠을 설치며/한 사람을 사랑도 하고…한데 오늘에서야 이런 나도 중년이 되고 보니/세월의 무심함에 갑자기 웃음이 나오더라.'(중년)

"'시린 두 눈'은 녹음하면서 눈물을 흘렸고, '중년'은 운전하면서 듣다가 펑펑 울었어요. 사랑 때문에 수많은 밤을 지새우기도 했던 내가 왜 요즘 이렇게 여유도 없이, 사소한 일에 화내며 아등바등 사는지… 갑자기 감정이 울컥 밀려오더군요. 불혹의 나이가 돼서 그런 걸까요?"

50세가 넘어도 지금의 음악스타일을 고수하며 멋있게 늙고 싶다는 그는 이번 앨범의 일등공신으로 작곡가 손무현과 홍진영을 꼽았다.

"1차 녹음을 끝낸 뒤 뭔가 모자란 듯한 느낌이었는데, 홍진영으로부터 노래 세 곡을 받고 나니 비로소 꽉 찬 느낌이 들었어요. '울지 마요'는 저를 위해 만들어 놨던 노래라고 하더군요. 손무현은 자칫 트로트 느낌이 날 뻔했던 곡들을 세련되게 바꿔놓았지요."

타이틀곡 '울지 마요' 보다 '중년'이 더 뜰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에게 이 세상 모든 중년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부탁했다.

"전 아직 장가도 안 갔지만, 중년 남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어느 정도 느껴집니다. 그 누구보다 외롭지만 남자라는 이유로 울지도 못하고 혼자서 삭혀야 하죠. 정말 외로운 중년 남자들을 여자들이 많이 보듬어줬으면 좋겠어요."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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