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왜 ? 한명숙 총리 "하마터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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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명숙 국무총리 일행이 탄 에스컬레이터가 멈춰선 뒤 역주행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 사고로 다치거나 피해를 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계열사인 롯데월드가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받은 가운데 생긴 것이어서 전반적인 안전 불감증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 총리 일행이 5일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건설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50분쯤이었다. 로비에서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권홍사 건설단체총연합회장의 영접을 받은 한 총리는 행사장이 2층 크리스탈볼룸에 가기 위해 이 장관 등과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김성진 비서실장을 비롯한 총리실 간부들과 수행원.기자들도 한 총리 뒤를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그런데 잠시 뒤 에스컬레이터가 멈춰 서버렸다. 이어 상행인 에스컬레이터가 약 5초간 아래쪽으로 내려가기까지 했다. 갑작스러운 역주행에 총리실 수행원 일부는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까지 했다.

맨 앞에 탔던 한 총리는 2층에 내린 직후여서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잠시 아래쪽으로 내려가던 에스컬레이터는 다시 멈춰섰고 일행은 걸어 2층까지 올라왔다.

다친 사람 없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의전이나 경호 담당자들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며 "사고 직후 호텔 측이 사과와 함께 경위를 해명했다"고 밝혔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타면서 과부하로 인한 오작동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승강기 전문가들은 호텔 측 해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엘리베이터와 달리 에스컬레이터는 일반적으로 한꺼번에 하중이 많이 걸린다고 멈춰서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한 승강기 업체 관계자는 "보통 에스컬레이터가 서는 것은 멈춤 버튼을 눌렀거나 기계가 노후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역주행 방지 장치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기계 이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에스컬레이터는 곧바로 복구됐지만 약 45분간의 행사를 마친 한 총리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왔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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