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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국정원·법원 간부 포함 '8인회' 만들어 인맥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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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를 추진하면서 금감원 간부들에게 금품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김흥주 전 그레이스백화점 대표. [중앙포토]

김흥주(58.구속기소) 전 그레이스백화점 대표는 정.관계는 물론 법조계 인사들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 및 금융기관의 대출, 이와 관련된 수사 무마에 이 같은 '파워 인맥'을 활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레이스백화점 통해 거물 사업가로=김씨는 경기도 파주 출신으로 D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1990년 초만 해도 지방 소도시의 한 쇼핑센터 부장에 불과했다. 이후 서울 신촌로터리에 있던 재래시장(현대시장) 상인들의 지분 일부를 사들여 그레이스백화점으로 변신시키는 데 참여한 뒤 98년 3월에 대표(지분 30%)로 취임했다. 이어 98년 10월 현대백화점에 그레이스백화점을 2800억원대에 팔아 100억원대의 큰 차익을 남겼다.

경기도 양평에서 레저 사업자로 변신한 그는 2001년 2월 골드상호신용금고에 대한 매각 방침이 발표되자 인수에 나섰다. 레저사업으로 경제적으로 손해를 본 그는 싼 가격에 금고를 인수해 되팔면 수백억원대의 차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인수 계약이 골드금고 노조의 반발로 무산된 직후에는 골드금고 실소유주와 고소.고발전을 펼쳤다. 그러나 평소 알고 지내던 정부 관료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첩보가 검찰에 포착되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김씨는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03년 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지난해 12월 초 미국 비자 만료로 입국, 구속됐다. 김씨는 2002년 12월~2003년 2월 152억2000만원어치의 당좌수표를 발행한 뒤 부도 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8인회가 모임의 핵심"=김씨는 그레이스백화점을 매각한 뒤 마련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관.재계 고위층과 법조계 인사들을 상대로 교분을 쌓아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골프를 치고 강남의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하는 등 씀씀이가 커 '통 큰 사업가'로 통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김씨의 지인은 "김씨가 경기도 출신이어서 고향 인맥보다는 주로 접대를 통해 사람들을 사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렇게 친분을 쌓은 고위 인사들을 모아 '45인회'라는 친목 모임을 만들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형제 모임'으로도 불린 이 모임에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상식 금감원 전 광주지원장 외에 K검사장.H부장검사 등과 방송인 손모.탤런트 최모씨 등 연예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핵심 인물들은 '8인회'로 분류됐다. 8인회엔 김씨를 비롯해 검찰 간부 K.B씨, 법원 간부 K씨, 정부 부처 H국장, 감사원 간부 K씨, 국정원 간부 K씨 등이 포함됐다고 김씨의 지인은 말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인사와 김대중(DJ) 정부 시절 실세로 통했던 P.H씨와는 '형님-아우 하는 사이'였다는 것이다. 김씨와 사업을 함께했던 한 인사는 "유력 정치인의 형이 김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고문으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씨는 나에게 경기도 모 시장을 만나는 자리를 주선하는 등 자신의 인맥을 자랑했다"고 말했다.

◆인맥 통한 로비 의혹=김씨는 골드상호신용금고의 인수를 추진하면서 인맥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계약금을 검사 출신 변호사의 계좌를 통해 골드금고 측에 전달하고, 인수계약이 무산된 뒤 골드금고 소유주와 맞고소를 펼치면서 검찰 인맥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2001~2002년 수십억원의 대출과 어음 할인 때도 금감원.감사원 간부들의 지원이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특히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와 관련해 대검의 내사를 받자 '8인회' 멤버인 K검사장을 통해 내사를 벌이던 수사관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2003년 자신에게서 경기도 용인 땅 3만여 평을 사들인 이모(41)씨를 상대로 "땅을 거래하는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오히려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도 8인회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일현 기자

◆골드상호신용금고=1972년 동양신용무진㈜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상호저축은행이 모체다. 99년 광고를 클릭하면 배당금을 줘 선풍적 화제를 모았던 인터넷업체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가 인수, 골드상호신용금고로 이름을 바꿨다. 김흥주 전 그레이스백화점 대표는 2001년 이 골드금고를 110억원에 인수키로 했으나 계약금 10억원만 내자 "100억원의 인수자금을 골드금고에서 빼내려 한다"는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당시 '이용호 게이트'의 주인공 이씨가 한발 앞서 이 금고의 인수에 나서는 바람에 이중계약 파문이 일었다. 인수에 실패한 김씨와 당시 금고 대표였던 유모씨는 고소.고발전을 벌이기도 했다. 2002년 11월부터 S상호저축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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