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빨리” 재야는 “안된다”/강군 부검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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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진상 밝히기 위해 꼭 실시”/검찰/“사인 뻔한데 왜 또 손대나”/재야/조기수습­투쟁강화 맞서 충돌할듯
명지대생 강경대군(20)의 사체부검을 놓고 이틀째 검찰과 유족·재야측이 맞서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검찰은 28일 오후 사체부검을 위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부검팀을 보냈으나 유족·「범국민대책회의」(실무대책위원장 이수호)측의 거부로 부검하지 못했고 29일 오전에도 다시 부검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 문제를 놓고 검찰이 부검을 통해 사태를 조기 수습,종결하려는 반면 재야측은 장기쟁점화를 겨냥하는 듯한 양상도 보여 논란이 계속될 것 같다.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28일 오후 정현태·이학성 검사,이정빈 교수(서울대)를 반장으로 하는 부검팀 3명을 세브란스병원에 보내 두차례에 걸쳐 유족 등을 설득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검찰은 아버지 강민조씨(49) 등에게 『그동안 강군을 응급진료했던 여러 의사들의 소견이 조금씩 다르고 피의자들이 어떤 도구로 신체의 어떤 부분을 때렸는지 등이 불분명하다』며 『정확한 진상조사 및 책임소재 규명·공소유지를 위해 부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유족·대책회의는 ▲정부도 인정했듯이 타살이 분명하고 ▲가족이 부검을 원치 않으며 ▲칼을 대지 않는 검안만으로도 진상규명이 가능하다며 부검에 반대하고 있다.
아버지 강씨는 검찰과의 1차 대좌에서 『내무장관·치안본부장·시경국장 등에 대한 구속수사 등 처벌이 있으면 대책회의와 협의,부검에 응하겠다』고 했다가 2차 협상에서는 『양측 의사들이 공동검안을 먼저 해보고 불충분할 경우 부검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책회의측은 『검안만으로도 공소유지를 할 수 있는데 검찰이 부검을 고집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직접 참가자 몇명에게만 국민의 눈을 붙잡아둬 사태를 조기진화,수습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재야측은 이번 사건을 5·18 광주항쟁 11주년 및 광역의회선거 등 5월투쟁으로 연결시켜 반정부적인 분위기를 높인다는 계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부검문제를 둘러싸고 충돌도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공동검안 제의를 거부하고 유족·재야가 인의협의사 2명·변호사 1명을 참석시켜 실시하려던 검안에 대해 『사체의 원형보존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어 임의적 검안은 공무집행 방해행위』라고 병원측에 통보,냉동실 문을 열지 못하게 해 유족측도 검안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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