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명 몰려 노래·확성기 뒤범벅…머리수 세기도 바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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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3일 경기도 고양군내 서오릉.
오전9시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행렬이 11시가 넘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1만평이 채 못되는 공간에는 1만 명의 학생·학부모들이, 주차장과 도로변은 자가용 승용차로 빼곡이 들어차 있다.
이날 서오릉으로 소풍 온 학교는 선일여중을 비롯, 선일·은평·구산·녹번 국교 등 7개교.
학교와 학년·학급이 뒤 섞인 채 소풍을「치르고」있다.
중학생들은 디스코 음악을 쾅쾅 울리며 춤추는데 열중해 있고 국교 생들은 TV 코미디언 흉내에 바쁘다.
일부 학생들은 금지구역에 들어가 사진을 찍다가 관리 원에게 붙잡혀 벌을 서고 교사들은 휴대용 확성기로 학생들을 찾느라 목이 쉬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찾느라 헤매는 가운데 간간이 학생들간의 반짝 편싸움이 벌어진다.
대부분 11시가 넘어서 도착하는 바람에 계획된 프로그램은 일단 취소, 인원 점검과 함께
곧바로 점심시간.
반장·부 반장의 학부모들은 미리 준비한 진수성찬을 선생님들에게 권하고 일부 선생님들은 캔 맥주에 얼굴이 벌겋다.
매점 앞에는 도시락만 달랑 싸 온 학생들로 장사진이다.
오후1시가 되자 곳곳에서『△△국교 ○학년×반 모여라』는 함성이 터진다.
또 다시 인원 점검하는데 30분이 흐른다.
선생님의 몇 마디 주의사항과 함께 소풍 끝. 일시에 몰려나온 학생들은 시내 버스에서 콩나물이 된다.
주차장의 자가용 승용차들은 일시에 빠져 나오느라 일대 혼잡을 빚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서오릉은 거대한 쓰레기 야적장.
쓰레기통이 흘러 넘쳐 주변에 그득히 흩어져 있고 숲 속에는 과자봉지·나무젓가락 등 이 나뒹굴고 있다.
관리 원 정종식씨(31)는『경운기 6대 분을 치웠다』며『봄·가을 소풍 철은 정말 싫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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