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인사,충격파 일으켜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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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두산전자의 페놀유출사고에 의한 식수파동의 책임을 물어 환경처 장·차관의 경질인사가 단행됐다.
우리는 이번 인사가 한 기업체에서 불과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 사이에 똑같은 유형의 공해물질 유출사고가 일어난데 대한 감독관청 최고책임자에 대한 인책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단순한 문책만을 위한 인물 바꿔치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이를 계기로 정부의 환경문제에 대한 기본인식과 정책 및 행정의 일대 쇄신이 이루어지는 충격파가 일어나야 된다고 우리는 본다.
우선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터 새로워져야 하겠다. 환경문제가 단순히 물이나 공기의 개별적인 오염의 심각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국가의 안정과 안보에 연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겠다. 물의 오염이 가져온 국민의 불안과 갈등을 이번 페놀유출사건에서 우리는 실제로 체험한 바 있지 않은가.
기본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되면 국가경제의 쇠퇴는 물론 사회적 불안,지역적 갈등으로 그 파장이 확산돼 결국 국가내부의 무질서와 혼란으로 발전하고 말 것이다. 안면도 사태와 부산의 쓰레기 매립장 반대시위 등에서 이런 조짐을 간파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 들어 주민들의 환경보호를 위한 집회·시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일시적이고 개별적인 현상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
둘째는 환경청의 권한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정부 각 부처로 분산돼 있는 환경에 관련된 업무가 일원화돼 환경처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조정돼야 한다. 환경파괴의 소지가 있는 관·민 개발사업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환경처가 장악함으로써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실효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정부가 앞장서서 환경파괴 사업을 벌이는 일만은 있어서는 안되겠다.
셋째는 환경예산의 확충과 환경공무원의 업무자세를 바로 잡아 기강을 확립하는 일이다. 환경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에 필요한 인력확보·장비개선·활동강화를 뒷받침할 예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실정에 있다.
보다 복잡하고 다원화돼 가는 환경오염에 대처하려면 재원도 따라서 확충돼야만 한다. 환경공무원들의 공해배출업자와의 유착이나 공범관계가 이뤄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하부기관 인력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해서 근무기강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응분의 보수를 보장해 주는 것이 실제적인 접근방법이란 생각이다.
이번 사태로 환경문제는 이제 어느 특정부처의 책임아닌 정부차원의 과제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적 호응과 협조가 있어야 된다는 문제의식을 모두가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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