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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1인 체제 지탱하는 '톱50' 그물 짜듯 혈연·학연·직연 연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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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권력 집단을 파고들면 그 권력의 특성을 찾아낼 수 있다. '북한 파워 그룹 대해부'시리즈의 목표는 1994년과 2006년의 파워 그룹 50명을 비교.분석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의 본질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종횡으로 얽힌 '그물망 구조'=파워 그룹 50명은 혈연.학연.직연(職緣)에 의해 그물망처럼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50명 중 30명이 그런 관계를 맺고 있다. 나머지 20명 중에도 11명이 학력.경력.가족 관계 등이 밝혀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권력층에 진입하려면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결정적이며, 고위직 충원 역시 김정일 1인 체제를 보장하기 위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먼저 친인척 관계로 묶인 인물은 김경희(여동생) 당 경공업부장, 장성택(매제)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 6명이다.

친인척 중 권력에서 소외된 인사로는 70년대 김 위원장과 권력 갈등을 빚다가 밀려난 숙부 김영주 전 국가 부주석과 한때 후계자 설이 나돈 이복동생 김평일 폴란드 주재 대사가 있다.

출신 대학으로 보면 22명은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이다. 출신 성분과 실력을 인정받아 선발된 '김대생'들은 김 위원장의 대학동창 그룹에 합류해 체제 수호 세력으로 양성된다. 지난해 11월 평양에서 만났던 김대 출신 인사는 "종합대학은 조국에 헌신할 최고의 계급성.투쟁성.능력을 갖춘 민족 간부를 배출한다"고 자부했다.

엘리트는 직연(職緣)으로도 엮인다. 김 위원장의 수족 부서인 김정일 서기실, 김 위원장이 후계자 수업을 받았던 당 조직지도부(김 위원장이 조직지도부장을 겸임).당 선전선동부, 그의 돈줄을 관리하는 당 39호실 등에 근무 중인 10명이 파워 그룹에 포진해 있다. 이들은 강상춘 서기실장, 이제강 조직지도부 1부부장 등이다. 60년대 선전선동부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상급자에서 부하로 변신해 일했던 김국태.김기남 당 비서도 그런 인맥에 속한다. 두 사람은 94년에 이어 2006년에도 권력 실세로 살아 남았다. 장성택은 친인척.학교.직연에 모두 해당됐다.

◆대를 이은 충성-신임 관계=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권력 승계는 그 밑의 권력 집단에도 고스란히 투영됐다. 아버지의 충성도가 확인되면 아들 역시 엘리트로 충원된다. 50명 중 4명이 확인됐다. ▶김국태(김책 전 부수상의 장남) 당 비서 ▶박용석(김일(본명 박덕산) 전 부주석의 아들) 당 검열위원장 ▶최용해(최현 전 민족보위상의 아들) 황북도당 책임비서 등이다. 홍석형 함북도당 책임비서는 월북 소설가 홍명희(부수상.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역임)의 손자다.

김국태 당 비서의 딸 김문경은 핵심 조직인 김정일 서기실 과장이다. 조(祖).부(父).손(孫)이 3대째 권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사례다. 서방 측으로부터 북한이 '패밀리 정권'이라고 공격받는 이유다.

◆원로들의 퇴조와 측근들의 부상=김일성 사망 당시 서열 50위 안(김정일 제외)에 들었던 인물 중 35명이 권력 무대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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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주석의 오른팔이었던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해 이종옥 부주석 등 16명이 고령과 노환 등으로 사망했다. 서관히 당 농업 담당 비서는 식량 위기로 초래된 주민 불만을 달래기 위해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열 26위였던 황장엽은 한국으로 망명했다. 김철수(23위)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대해 한국의 공안 당국은 "재독 송두율 교수"라고 지목한 바 있다.

강성산 총리, 김영주 부주석 등 16명은 90년대 후반부터 각종 공식 행사의 명단(주석단 서열)에서 사라졌다. 나이가 많거나 김 위원장의 신임을 잃고 명예직 또는 한직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오진우 등 빨치산 출신 7명과 김일성 시대의 상징적 2인자로 남북 대화에 나왔던 박성철 부주석 등도 역사 속의 인물이 됐다.

그들이 떠난 자리는 김 위원장의 심복들로 충원됐다.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김영춘 총참모장이 80위권 바깥에서 10위권으로 진입했다.

◆특별취재팀=이양수 팀장, 채병건·정용수·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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