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전자 또 페놀유출/관이음새 터져/영남지역 주민들 식수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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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두른 조업재개로 졸속공사
【대구=김선왕기자】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으로 조업중지 명령을 받았던 두산전자가 구미공단공장을 재가동하면서 시설보완공사를 졸속·부실하게 하는 바람에 페놀원액이 또다시 유출됐다.
22일 낮 12시5분쯤 두산전자(주)의 페놀원액 저장탱크 공급 파이프 이음새부분이 파열되면서 페놀원액 2t이 새어나와 낙동강지류인 옥계천으로 흘러들었다.
두산전자측은 사고가 나자 직원들을 긴급 동원,이 가운데 1t(5드럼)은 수거했으나 나머지 1t은 하수구를 통해 옥계천으로 흐른 뒤여서 수거하는데 실패했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대구시는 오후 2시부터 공무원들을 비상 소집,낙동강 왜관대교·성주대교·다사 및 강정수원지 등에 배치해 매시간 원수수질검사를 실시했다.
대구시는 23일 오전 1시 왜관대교·성주대교에서 떠온 물에서 0.071∼0.17PPM의 페놀성분이 검출되자 수원지의 취수를 중단하고 비상수원확보에 나서는 한편 대구시민들에게 수도물을 긴급 확보토록 홍보했다.
시는 상수원에 페놀이 유입됐을 경우에 대비,이산화염소 소독과 함께 분말활성탄 여과장치를 가동하는 등 비상대책에 나섰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사고 직후 두산전자의 조업을 중단시키고 페놀저장탱크의 유출방지용 옹벽과 CCTV 감시장치 등을 설치하도록 했다.
두산전자는 페놀오염사태로 지난달 26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전자업계의 연쇄조업 중단을 우려한 정부의 집행정지 처분으로 페놀공급 시설을 보완,14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간지 8일만에 다시 페놀유출사고를 빚었다.
두산전자는 조업중지 후 종전 하루 9∼9.5t씩 배출되는 페놀폐액에 비해 5.4t에 불과했던 지하집수탱크를 지상으로 옮겨 10t 규모로 증설하고 70t 및 20t 규모의 페놀원액 저장탱크와 연결된 페놀공급파이프를 모두 새것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완시설이 조업재개를 서두른 나머지 졸속으로 강행한 부실공사였음이 대구지방환경청 조사로 드러났다.
페놀이 유출된 페놀원액 공급파이프는 페놀 과유입·유출을 막기 위해 전면 새것으로 바뀌었으나 저장탱크와 연결된 부분의 프랜지·개스킷을 새것으로 바꾸지 않아 낡은 프랜지·개스킷 부분이 압력을 지나치게 받아 파열되면서 페놀이 새어나온 것이다.
두산전자에는 조업정지 처분이 해제된 9일부터 구미환경출장소 공해전담요원 4명이 배치돼 2교대로 24시간 감시하고 있어 제2의 페놀원액 유출사고에 긴급대처할 수 있었으나 1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시설을 보완하면서 낡은 프랜지·개스킷을 그대로 방치,제3의 페놀사건이 발생할 소지를 안고 있다.
◎부산·마산도 비상
【부산=조광희기자】 부산시·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2일 오후 3시쯤 대구시로부터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페놀이 유출되었고 낙동강지류인 옥계천에서 페놀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긴급 비상대책에 나섰다.
【마산=허상천기자】 마산·창원 상수도 취수장인 칠서정수장은 구미 두산전자에서 또다시 페놀이 누출됐다는 통보에 따라 22일 오후부터 낙동강 상류지점인 창령군 이방면 적포교 부근에서 시간마다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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