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엣가시 된 북한 핵 개발|서방언론·전문가 잇따라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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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이 소련·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이 점차 고립화됨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개발 위험이 국제사회에 커다란 관심 사항으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세계 주요언론들과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점차 고립화되면서 핵무기 개발에 더 열을 올리고 있음을 경고하고 이에 대한 국제적 대응을 잇따라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부쩍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은 ▲걸프전에서 후세인의 패배 후 북한이 유일한 핵 이단국가로 등장하고 있고 ▲북한이 영변에 건설중인 핵 시설이 95년께 엔 핵무기를 생산할 능력을 갖출 것이란 촉박한 전망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가고 있는 북한이 자신의 존립을 위해 핵무기로의 무장에 의존할 것이란 전망과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19일의 한-소 정상 회담이 북한에 더욱 고립감을 느끼도록 할 것이란 점 ▲이종구 국방장관의 북한 핵 시설에 대한 기습공격 발언도 한반도에서 사라지고 있지 않는 전쟁위협을 줄이기 위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개발에 뭔가 대응해야 한다는 긴박감을 제공했다.
최근 미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 저널, 캐나다의 르프레세 등 서방 언론들과 전문가들이 분석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필요성은 몇 가지로 지적된다.
미 카네기 국제 평화재단 핵 확산 금지 프로젝트 담당 사무국장 레너드 스펙터씨는 북한의 대남 핵 보복 위협이 미국의 대 북한 핵사용을 억제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대 한국 핵우산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한국의 자체적인 핵 개발을 촉진시키고 이 장관의 발언처럼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지는 19일 북한은 핵무기 개발이 국제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음을 경청하라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고르바초프와 두 한국」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고르바초프의 한국 방문이 간과될 수 없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하고 점차 고립되고 있는 북한이 더 코너로 몰려서도 안되지만 북한은 같은 관점에서 핵무기 개발이 인내될 수 없다는 사실을 경청하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국제 사회가 큰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미 언론들과 핵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더 밀접히 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
고 있음도 국제사회의 시급한 대응을 요청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억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로는 북한을 점점 더 고립시키기보다 국제 사회로 끌어내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넓혀 주고 북한에 핵무기 공격 위협이 없음을 확신시켜 주는 것이 최선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위해 평양이 국제핵 사찰을 수용하면 한국으로부터 핵 철수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뉴욕타임스 스펙터씨의 주장이다.
또 다른 선택으로 코넬대의 로렌스 샤크만 교수는 북한을 핵 확산 금지협정 위반으로 유엔안보리에 회부할 것을 제의하고 있다.
걸프전에서 새로 발견된 유엔안보리의 확고함이 김일성에게 핵무기 개발 중단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유엔안보리의 조치는 과거 동맹국이었던 소련과 중국의 원조제한 등 국제 외교적 압력이 수반되면 더 큰 효력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이 북한과의 고위 외교 접촉을 해 온 것이나 일본이 북한의 국제 핵사찰 수용을 조건으로 경제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압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욕=박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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