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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나라 어지러워 원로들 역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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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3일 서울 신당동 김종필 전 자민련총재 자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환담 도중 크게 웃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3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자택을 차례로 방문했다. 정계 원로에 대한 릴레이 신년 인사다.

이 전 총재와의 만남은 여러 가지로 관심거리였다. 정계 복귀설이 돌던 이 전 총재가 1일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한 직후라 그랬다. 그래도 한나라당에서 이 전 총재의 영향력은 작지 않다.

2005년 이 전 시장이 월간지 인터뷰에서 "솔직히 노무현.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느냐 하면 노무현"이라고 말해 두 사람 사이가 한때 틀어진 적도 있다.

이 전 총재의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자택에서 이뤄진 이날의 면담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고 한다.

이 전 총재는 "새해에 좋은 일 있기를 빈다. 몸과 마음을 바쳐 나라를 위해 열심히 해 달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은 "나라가 너무 어지러우니까 원로분들이 역할을 하셔야 할 것 같다"고 인사했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50분간 대화를 나눴다. 면담 뒤 이 전 시장은 "덕담을 많이 해주시더라"고 했다. 면담이 끝나고 엘리베이터 앞에선 "누옥(陋屋.누추한 집)이라 불편하지 않으셨나"(이 전 총재)→"이 집을 누옥이라 하시면 어떡합니까. 집값 떨어진다고 동네 이웃들이 싫어합니다."(이 전 시장)→"이 전 시장이 찾아주셔서 이웃들도 좋아할 겁니다"(이 전 총재)라는 농담이 오갔다.

이에 앞서 JP는 신당동 자택을 찾은 이 전 시장에게 덕담을 쏟아냈다. 그를 치켜세웠다. 자택 현관에서 이 전 시장을 맞은 JP는 "큰 복을 많이 받아서 좀 나눠주시오"라고 했다. 그러고는 면담 내내 "답답한 이 나라를 활짝 열고 내일을 보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 "제2의 경제도약을 해야 하는데, (이 전 시장이)기술자, 전문가 아니냐" "5년간 하실 수 있는 일이 있다. 그 이상 욕심내지 말고 다음 정권에서 계승해줬으면 하는 것은 승계하시고…." "대승하길 바란다. 대한민국을 제자리로 돌려놓아 달라"고 했다.

JP는 북한 핵실험 관련 대화 중엔 "대통령이 되시거든 북한에 너무 퍼주지 말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국민에게 박탈감과 위기감이 있다"며 "원로들을 만나보니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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