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략-2000년대엔 자급 청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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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76년 이후 금산·보은 등지에 지구국을 설치한 뒤 지금까지는 외국의 위성을 필요할 때마다 이용하는 「고객」차원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술기반이 취약해 3단계의 점진적인 개발전략을 추진중이다.
즉 전용위성을 빌려쓴 뒤 외국업체에 제작 의뢰해 발사하고 이 과정에서 얻어 배운 기술로 2000년대에는 자체제작·발사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실무주관을 맡은 체신부와 한국통신은 이를 위해 ▲92∼96년 5년 동안 인텔새트로부터 태평양상공의 위성중계기 한대를 60억원에 빌려쓰고 ▲95년4월에는 외국업체를 대상으로 국내기술이전조건으로 제작·발사를 의뢰한 뒤 ▲2002년께는 국내기술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1단계인 임차위성의 경우 지상설비는 국내업체에 맡기기로 하고 최근 공개입찰을 마쳤다.
국내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95년 2단계사업으로 발사될 「무궁화」호.
외국업체에 맡겨지게 되지만 기술이전 조건이어서 제휴선을 확보하면 3단계 자체제작 때 교두보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기업들도 국내기업과 손을 잡는 것이 낙찰의 필수조건이 되고있어서 적극적인 제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공위성사업은 ▲위성체 ▲발사장비 ▲지상관제 및 송·수신설비등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중 위성체 및 지상관제설비부터 올 6월말까지 입찰이 실시돼 올해 안에 낙찰 자가 가려지게 될 예정이다.
이중 핵심분야인 위성체의 경우 삼성·현대·럭키금성·대우 등 4대그룹이 제각기 세계적인 우주항공업체들과 기술제휴관계를 맺어놓은 상태여서 치열한 4파전이 예고되고 있다.
삼성은 삼성물산을 대외창구역, 종합기술원을 기술이전의 주축으로 각각 정해 삼성전자·전기·항공·중공업 등 계열사와 부품협력업체를 포함한 전담팀을 구성하는 한편 미 휴스사와 작년10월 기술제휴 계약을 했다.
휴스사는 지난 60년부터 인공위성사업에 참여한 뒤 전세계 통신위성의 절반 가량을 제작·공급하고 있는 세계최대의 우주항공업체로서 캐나다 등 10여개국에 기술을 이전해준 경험을 갖고있다.
현대·럭키금성·대우 등은 각각 2개 이상의 외국업체와 공동제휴전선을 구축해놓고 있다.
현대는 미국 로라리사와 프랑스의 알카텔·에어로스페이셜사 및 이탈리아의 세레니아 등 4개회사 및 이들 회사가 공동으로 인수한 미 포드에어로스페이스 사와 일종의 컨소시엄 형태로 지난3월19일 협력계약을 했다.
포드사의 경우 일본 미쓰비시그룹이 위성사업에 진출할 당시 산파역을 맡기도 했는데 현대측은 현대전자를 주축으로 전담팀에 임원 3명을 배치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럭키금성은 1백년 전 발명왕 에디슨이 세웠던 미GE사와 위성체관련협력 계약을 했고 지상설비는 일본의 NEC와 기술제휴를 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각 계열사소속 8개 연구소의 소장협의회를 구성, 기술이전태세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대우는 (주)대우를 통해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사와 기술계약을 하는 한편 이 회사와 협력관계를 갖고있는 프랑스의 마트라 사, 미 TRW사 등과도 공동 참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있다.
브리티시 사는 유럽시장의 60%이상을 차지하고있는 우주항공전문업체로 대우측은 EC (유럽공동체) 통합 등을 염두에 두고 이 회사를 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들 4대그룹이 치열한 수주경쟁에 나서고 있는 점과 관련, 특정업체에 낙찰시키더라도 관련기술의 도입·개발엔 공동참여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발사장비의 경우 별도로 추후입찰예정으로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으나 중국의 롱마치 사, 프랑스의 아리안사 등이 거론되고있고 국내제휴기업으로는 4대그룹 외에 대한항공·한국화약 등도 유망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상설비쪽은 특히 전문중견 중소기업들도 대거 참여채비를 갖추고있어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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