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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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 세상에서 뻐꾸기가 아니라고 큰소리 칠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있다는 말인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오델로는 이렇게 장담한다. 그말엔 유래가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헤라여신은 평소 뻐꾸기를 수호신으로 섬기고 있었다. 하루는 난데없이 뻐꾸기가 헤라신에게 날아와 겁탈했다.
천상의 최고신이며 인간세계의 법률과 도덕을 지배하는 제우스신도 미모의 헤라여신 앞에선 체면이고 뭐고 없이 「뻐꾸기」의 탈을 쓰고 간통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부여국시절에 이미 간통한 사람은 사형에 처했다. 조선조때는 화간의 경우 곤장 80대,상민의 간통은 곤장 3백대에 3년 유배를 보냈다. 양반집 부녀자의 간통은 간부와 함께 목을 매달기도 했다.
서양의 명작들 중엔 심심찮게 간통소설이 있다. 미국작가 N 호손의 『주홍글씨』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유부녀 헤스터 프린은 간통죄로 기소되어 평생 그의 겉옷에 「A」자를 붙이고 다니라는 선고를 받는다. 간통을 뜻하는 영어 「어덜터리」의 두문자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문학적으로는 아름다운 사랑얘기지만 곧이 곧대로 말하면 간통사건이다. 베르테르라는 유복한 청년이 유부녀 샤를로테와 열절한 사랑을 나눈다. 그 소설이 발표된 무렵인 18세기 독일의 형법은 간통을 쌍벌죄로 다스렸다. 베르테르고,샤를로테고 법대로 하면 모두 구속감이었다.
지금 미국은 주마다 다르긴해도 간통죄로 처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독일도 1969년 형법개정때 간통죄를 지워버렸다. 다만 남색(계간)과 수간 같은 해괴망측한 짓만은 법으로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요즘의 세계적인 추세는 간통을 개인의 인격과 사생활의 문제로 돌리는 경향이다. 일본은 벌써 1947년에 간통죄를 없앴다.
간통을 쌍벌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대만,그리고 오스트리아·스위스와 같은 나라들인데 이들 나라에서 「뻐꾸기」가 사라졌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그러나 엊그제 한국 형사정책연구소가 조사한 결과는 서울의 기·미혼자중 84%이상이 간통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속다르고 겉다른 우리 사회의 도덕적 단면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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