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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에 저항한 김진기 전 헌병감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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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79년 12.12 쿠데타 당시 신군부에 저항하다 강제 예편된 김진기(예비역 준장) 전 육군 헌병감이 28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74세.

고인은 79년 12월 12일 밤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 장태완 수경사령관과 함께 신군부의 초청으로 서울 연희동 요정에서 식사하던 중 정승화 계엄사령괌 겸 육군참모총장이 불법 연행된 사실을 알게됐다.

즉각 부대로 복귀한 고인은 신군부 측을 반란군으로 규정하고 장태완 수경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1개 소대 병력 지원 을 요청하는 등 신군부 진압을 시도했다.

고인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총리 공관에서 최규하 대통령에게 정승화 계엄사령관 연행에 대한 재가를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안사령관을 체포하려 했다. 그러나 신군부가 군을 장악하는 바람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이튿날 새벽 수경사 헌병단 신윤희 중령에게 무장해제를 당했다.

고인은 쿠데타에 저항했던 이건영 3군사령관, 문홍구 합참본부장 등과 함께 보안사 서빙고분실에 끌려가 4일간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그는 생전에 "12.12 쿠데타의 악몽에 시달리며 살아왔다"고 말하곤 했다.

이에 앞서 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79년 10월27일 새벽 국방부에서 체포하기도 했다.

1949년 평양제일고와 국학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육군 헌병대대장, 육군본부 헌병감실 차감, 국방부 조사대장 등을 거쳐 예편 후 한국토지공사 이사장을 지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유족으로는 부인 김신자 여사와 1남 2녀가 있다. 발인은 30일 오전 9시, 장지는 국립 대전현충원이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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