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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 토론방] 성폭행당한 어린이 법정에 세워야 하나 - "악몽 피해 없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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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법원이 5년 전에 성추행을 당한 어린이가 법정에 나와 진술하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인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아동 성추행이나 성폭행 사건이 문제가 되면 피해 아동은 상담기관.경찰. 검찰.법정에서 여러 차례 비슷한 진술을 강요받는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떨쳐버리고 일상으로 되돌아올 만하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곤 한다.

아동 성추행 피해 아동의 반복적인 진술 강요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전담검사제를 도입하거나 경찰이 아동심리 전문가와 함께 아동의 진술 과정을 비디오로 녹화, 법정에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비디오 자료를 법정에 내더라도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원칙적으로 아동이 법정에 출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 13세 미만의 성추행.성폭행 피해 아동은 검경에서 해부학적 인형 등을 활용해 과학적으로 실시한 비디오 자료와 피해 아동이 사건 후 보이는 후유증에 대한 전문가의 소견서를 신뢰할 수 있는 수사자료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피해 아동이 법정에 출두할 경우 선진국과 같이 폐쇄회로가 설치된 방에서 피의자와 대면하지 않고 편안하게 진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동들의 고통을 미리 파악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호균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