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음통일」 빠른 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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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5월 「환일본해 국제예술제」 합동음악공연의 의미/중앙국악관현악단·평양음악무용단 100여명 한무대에/「클래식의 밤」서 양악 남북만남도
음악인들의 남북교류가 국제무대에서의 합동공연에까지 이어짐으로써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범민족 통일음악회」,12월 서울에서 열린 「송년통일음악회」,또 지난달말 동경에서 열린 해외동포 음악인초청공연 등이 남북음악인간의 민족내적 행사였다면 5월초 일본 후쿠이시에서 열리는 환일본해 국제예술제에서의 남북합동공연은 국제무대에서의 본격적인 남북간 만남으로 기록될 수 있다.
남북문화교류의 물꼬를 트는데 압장서온 음악인들이 국제무대에서 한겨레의 화음을 이루는 것이다.
환일본해 국제예술제에 서울측에서는 박범훈교수(중앙대)가 이끄는 중앙국악관현악단 50명,평양측에서는 정봉석씨(윤이상 음악연구소장·조선예술교류협회 고문)가 이끄는 평양음악무용단 50명 등 남북 1백여명의 대규모 공연단이 그동안 만남에서 얻어진 화음을 보여줄 예정이다. NHK와 후쿠이시가 1년전부터 추진해온 이 행사는 소련·중국·일본의 민족예술단도 출연하는 동양음악축제의 형식으로 꾸며졌지만 전체적으로는 남북한의 연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5월2일 전야제,3일의 「민족예술제전」에서 남북이 각각 제1부와 제2부를 나눠 맡으며 특히 5월4일의 「전통예술제전」에서는 박교수가 작곡한 관혁악과 합창 『아리랑을 주제로한 합주곡 「아리야리」』를 박교수와 북한음악인들이 함께 편곡,중앙국악관현악단·평양음악무용단 1백여명이 합동연주한다.
중앙국악관현악단이 이 예술제에서 연주할 작품은 백대웅 작곡 『북청사자놀이』『남도굿거리』,김희조 편곡의 경기민요 『청춘가』『태평가』『창부타령』『경복궁타령』,김영재 편곡 『방아타령을 주제로한 해금협주곡』,박범훈 작곡 『사물놀이를 위한 합주곡 「신모듬」』,특히 『신모듬』에는 신영희씨의 창과 국수호·이주희씨의 신맞이춤을 곁들인다. 그밖에도 중앙국악관현악단과 함께 무대를 꾸밀 특별출연자는 김영재씨(해금),장덕화씨(타악),김광복씨(태평소),신영희·김성녀씨(창),김혜란·김영임씨(민요) 및 김덕수 사물놀이패. 또 손진책씨가 연출,그의 부인 김성녀씨가 사회를 맡는다.
한편 평양음악무용단은 인민배우 김설희씨,공훈배우 조혜경·리영욱·리라영씨,김순희씨 등이 출연해서 『진도아리랑』『처녀의 노래』『그보다 정다운 품 나는 몰라라』『압록강 2천리』『내고향』『노들강변』『조선팔경가』『방울노래』『군밤타령』 등의 독창과 중창,『부채춤』『샘물터에서』『도라지』『쟁강춤』 등의 무용,『봄』『문경고개』 등의 기악합주와 독주로 각각 40분 정도의 프로그램을 꾸밀 계획.
5월5일 모든 참가국에서 각각 1명의 연주자가 참가하는 「클래식의 밤」에는 남한 피아니스트 이혜경교수(중앙대)가 북한 만수대예술단 김일진씨가 지휘하는 오사카교향악단과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제24번』을 협연함으로써 국악 뿐 아닌 양악분야의 남북만남도 이루게 된다.
중앙국악관현악단은 3년전부터 가져온 일본연주때마다 크게 호평받아 남북음악이 하나되는 이 예술제에도 순수민간연주단체로서 초청받았는데 박교수는 『통일의 길을 닦는데 한몫하게 됐다는 점에서 너무 기쁘고 설레면서도 이번 연주에 필요한 예산을 아직 확보하지 못해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주최측이 왕복항공료와 일본 체재비를 부담키로 되어있으나,이 예술제가 끝난 뒤 평양음악무용단과 상호 기증키로한 국악기 일습,의상,무대장치,공연프로그램과 중앙국악관현악단 소개책자·한국음악의 현주소를 널리 알리기 위한 음반(LP와 CD) 등을 만드는데 필요한 최소 8천만원 정도를 더 마련해야 이 좋은 기회를 최대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얘기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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