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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는 전력·주택난|전국에 걸쳐 「정기 정전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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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은 최근 경제 체제의 구조적 모순에서 야기되는 심각한 전력 난과 주택 공급 부진·식량난 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석탄 생산이 침체된 데다 소련 등으로부터 원유 공급량의 감소로 가정용을 비롯해, 산업용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어 일부 공장 가동률이 심한 경우 30%선까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당면 핵심 과제인 주택 건설도 에너지 및 자원 부족, 건축 자재의 적기 공급 부진 등으로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
특히 북한의 최대 정책 과제인 「먹는 문제 해결」도 지난해의 집중호우로 인한 농경지 침수, 파종 및 생육기의 냉해, 비료 공급 부족 등으로 각종 농산물 생산이 80년 이후 최대 흉작을 기록,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관계 당국과 귀순자 등을 통해 최근 북한의 전력 사정·주택 건설 실태 등을 알아본다.

<전력난>
북한의 수·화력 발전 설비 비율은 55대 45.
수력 발전의 경우 설비가 노후 된데다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의 갈수기에는 전력생산에 소요되는 발전용수가 크게 부족해 가동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석탄·유류 혼합형 발전소와 유류 전용 발전소인 화력발전은 78년 이후 석탄 생산이 극도로 침체된 데다 원유 주 공급선인 소련으로부터의 유류 도입 수량이 87년이래 매년 20%씩 삭감돼 89년의 경우 유류 총 도입량이 2백60만t으로 88년 3백16만t에 비해 18%가 줄어드는 등 유류 공급 사정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북한은 3차 7개년 계획 (87∼93년) 기간 중 발전 설비 능력을 1천7백만kw로, 발전량은 1천억kw/H로 설정했으나 이같은 유류 공급 사정 악화 등으로 89년 9월 현재 발전 실비 능력은 6백90만kw, 발전량은 2백78억kw/H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최근 북한의 지도부 내부에서도 현실성 없는 생산 목표 설정이 전력난의 가중을 거들고 있다고 분석, 계획 수정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전력난으로 북한은 로동신문 사설을 통해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력 문제를 푸는 것』이라고 강조, 『이를 위해 전 군중적 운동으로 전기 절약 투쟁을 적극 전개해 나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전력난 타개책의 일환으로 전국에 걸쳐 정기 정전 제도를 시달했다.
평양의 경우 구역별로 전력 소비가 많은 시간대인 아침·저녁으로 1주일 평균 3∼4회 정전 (1회=1시간30분)을 실시하고 있다.
개성시는 매주 화요일을 정기 정전 일로 정해 놓고 있으나 연 이틀간 정전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은 또 이같은 정기 정전제 외에 한가구 한 등 사용을 시달, 「전등 반환 운동」 「낮 전등 안 쓰기 운동」 등 절전 운동을 펴는 한편 이의 시행 여부를 인민반 단위로 점검하고 있다는 것.
개성시의 경우 이같은 전력난 등을 이유로 20층 규모의 고층 아파트에도 엘리베이터가 없으며 8층 이하는 당 간부들에게 공급하고 8층 이상은 일반 주민들에게 배정하고 있다.
국민들은 잦은 정전에 대비, 사용하기 편리한 양초 구입이 어렵게 되자 깡통. 잉크병으로 만든 석유 등잔을 비치해 사용하고 있으며 전력 공급이 되지 않은 일부 산골에서는 「관솔 등」을, 광산촌에서는 카바이드 등을, 어촌에서는 어유 등을 사용하고 있다. 북한은 또 전력난 타개를 위해 공장·기업소간에는 교차 생산 방식과 순번 정전 제도를 실시, 서로 다른 시간대에 전력을 사용토록 조정하고 있으나 불시에 정전이 잦아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민 소비품 생산 수급에 차질을 빚자 이의 타개책으로 「주체」를 내세워 국민들 스스로 해결책 강구를 요구하고 있다.
청진 화학 공장의 경우 최근 연료난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 상태에 있으며 평양의 국제 도시화 작업과 평양 집회 등 이른바 평양 개최 국제 행사로 인해 그동안 평양에서만은 목탄차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으나 최근 연료난이 심각한 정도에 이르자 평양에 목탄차가 재등장하기도 했다.
이밖에 북한 내 각급 수송 기관들은 연료난으로 중국에 수출하는 물자 수송을 제때에 하지 못하는 등 물자 수급에 큰 혼선을 빚고 있다.

<주택 건설 차질>
북한은 3차 7개년 계획 기간 중 평양·남포·함흥·원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연간 20만 호의 「살림집」을 건설한다는 목표를 설정, 주택 건설에 총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 및 자원 부족, 건축 자재의 적기 공급 부진으로 공사가 지지부진한 상태이며 각지에서 차출되어 주택 건설 현장에 동원된 노동자들도 고된 일과와 열악한 숙식조건으로 작업 열의를 상실, 건설 사업 성과가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김정일 당비서의 지시로 주택건설 최우선 과업으로 북한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평양시 5만 호 살림집 건설」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
89년11월 착공, 91년 말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나 90년 말 진도가 30%수준에도 못 미치고 현재의 경제 사정을 감안할 때 금년 말 완료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것.
이미 건축된 아파트들도 주민들의 편의보다 현대적 감각이 나도록 해야한다는 김정일 비서의 지도에 따라 건물의 높이나 외형에 치중, 생활에 불편한 초고층 아파트 건립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내부 시설이 조잡하고 1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는 승강기 설치가 돼있지 않고
공동 화장실제로 되어 있는가 하면 승강기가 설치된 아파트라 할지라도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출·퇴근 시간에만 가동,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를 걸어서 오르내리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따라서 노부모가 있는 가구는 고층 아파트를 배정 받아도 입주를 포기하고 있으며 곤돌라 등 화물용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입주와 이사할 때마다 계단을 이용, 고층까지 사람이 일일이 가구를 들어올리거나 내리고 있다.
또 평양 시내 대부분의 아파트가 에너지 부족으로 아침. 점심·저녁 2시간씩 하루 6시간 제한 급수 제도가 실시되고 있으며 아파트의 50%가 개별 무연탄 난방으로 돼있고 가구별로 분탄을 들여다 주먹탄을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분탄 운반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중앙 난방식의 아파트 역시 90%이상이 석탄 보일러식으로 연극 절약을 위해 시간제 난방을 시시, 집안에서도 옷을 두껍게 입어야 하는 실정이다. <김국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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