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 무덤 찾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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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아얼자이 석굴의 28번 굴에서 800년 전 몽골을 건국한 칭기즈칸(사진)의 장례식 장면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가 발견됐다고 신화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벽화는 가로 35㎝, 세로 50㎝ 크기다. 그림 오른쪽에 하얀 몽골식 천막이 높게 솟아 있고, 왼쪽에는 사원과 궁전이 있다. 이런 배경 속에 네 마리의 하얀 학이 부리를 이용해 구덩이에서 한 남자의 시신을 물고 나와 하늘로 올라가고 있으며, 그 옆에서 한 부인이 통곡하고 있다.

네이멍구 사회과학원의 판자오둥(潘照東) 연구원은 "하얀 학들이 하늘로 인도하는 인물이 바로 칭기즈칸"이라고 말했다. 그는 "멋진 옷을 입고 화려한 관 옆에 있는 인물은 칭기즈칸이 중국 서부의 강대국 서하(西夏)를 정벌하러 갈 때 수행한 아들이고, 다른 두 명은 승려"라고 감정했다.

판 연구원은 "무릎을 꿇고 있는 한 승려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고난에서 해방되기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보이며, 궁전에서 울고 있는 부인은 서하 정벌 때 함께 간 칭기즈칸의 부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벽화가 진짜 칭기즈칸 장례식을 그린 것으로 확인되면 그의 묘를 찾는 작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벽화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고증팀이 현지로 파견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그러나 "모든 사람이 판 연구원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은 네이멍구 자치구 어퉈커(鄂托克) 문물보호관리소의 바투지르갈 소장 등 다른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칭기즈칸의 장례식을 그린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몽골 귀족의 장례식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얀 학이 사람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영혼이 해방되기를 바라는 몽골인들의 소망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해석하고 "이 장례도는 몽골의 장례민속 연구에 큰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 칭기즈칸(1155~1227)=서하를 정벌하러 갔다 말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앓다가 사망했다. 그의 후손들은 도굴을 우려해 장례식에 참여했거나 동원된 사람을 모두 살해했다. 1206년 칭기즈칸이 세운 몽골 제국은 손자 쿠빌라이 칸 대에 이르러 원나라(1271~1368)를 건국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그의 후손이 세운 킵차크 한국(汗國)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차카타이 한국은 중앙아시아를, 일 한국은 현재의 이란.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지역을 각각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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