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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나누기 행사, 부산선 되고 서울선 안 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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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사단법인 한국설화신화토속문화진흥협회는 잊혀 가는 우리 것을 되찾고 우리 선조들이 남겨준 소중한 문화유산을 아름답게 보존해 길이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뜻에서 올 9월에 설립됐다.

이 협회는 이번 동짓날 동지 민속행사를 열고 팥죽 5000인분을 쑤어서 시민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행사 계획을 마련, 행사 예정 장소인 종묘공원의 관할 기관인 종로구청에 행사 승인 신청서를 냈다. 종묘공원은 평소 연세 드신 어르신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에 그분들에게 이젠 추억이 되어 버린 동지 세시풍속과 민속공연을 보여 드리고 약소하지만 팥죽 한 그릇이라도 대접해 드릴 요량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종로구청에서는 공연은 허가하되 팥죽을 나누어 주어서는 절대 안 되며 만약 팥죽을 나누어 준다면 현장에서 강제로 저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처사에 그저 허탈한 심정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같은 동짓날 부산 용두산공원에서는 우리가 기획한 행사와 똑같은 팥죽 나누기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는 것이다. 부산에서는 되는 행사가 서울에서는 안 되는 이 기막힌 자치 행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유감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김진철 한국설화신화토속문화진흥협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