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논술방] 박지원의 '실리정신' 본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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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글 : 신태섭(수원중 3)

'허생전'은 조선시대의 철학자 연암 박지원이 지은 한문 소설로 작가가 당시 주장하던 이념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 박지원은 이용후생 학파의 일원으로, 상공업을 발전시키고 백성들을 차별하지 않고 기술을 중시하자는 주장을 하였는데, 그의 '허생전'은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여 이를 비판하는 풍자적 소설이다. 하지만 그 당시 사회상과 오늘날의 그것은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보는 시각에 따라서 작품에 내포된 작가의 의도는 긍정 또는 부정적으로 보여 질 수 있다.

우선 허생은 집을 나서자마자 부자 변씨로부터 돈을 빌려 이를 불려 100만 냥이라는 큰돈을 모았는데, 이는 적절한 투자 기술을 이용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그의 이용후생적 사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허생과 같이 독점을 이용해 큰돈을 버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에 위배되며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박지원은 실학의 실용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옳지 못한 행위임을 알면서도 독점을 이용해 큰돈을 벌게 되는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중략>

마지막으로 연암은 벼슬자리를 거부하고 어디론가 떠나는 허생의 모습을 통해 당시 부패하고 의리와 명분에만 집착하여 실리를 경시하는 사대부들의 풍조를 비판하였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자신의 실리주의 사상을 강조하며 작게는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 크게는 국가의 경쟁력을 증진시키는 실리적 기술의 중요성을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늘날 권력에 대한 냉소적 의식이 심각한 상황에서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박지원의 조선시대와 우리 현대인이 살아가는 21세기는 크게 다르다. 따라서 작가가 살았던 당시 바람직하게 생각되었던 것이 현대에는 옳지 못한 일이 되기도 한다. 허생전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백성들을 중시하고 실리적 기술의 발달을 통해 국가의 발전을 고려한 박지원의 태도는 오늘날에도 본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첨삭·총평

번역체 부자연스럽게 표현

이번 논제는 <허생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에 드러난 작가의 세계관을 당대와 오늘날의 시점에서 비교하여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 듯하다. 그러나 논제의 핵심을 겨냥해 논의를 전개하기는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신태섭 학생은 논제를 정확하게 분석했고 풍부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논거 또한 적절하게 잘 제시했다. 특히 '허생'이 대변하는 연암의 사상을 오늘날에 적용해 보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부분이 돋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표현에 있어서 세밀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것이다. 자신의 글을 문장 단위로 자세히 살펴보면 부자연스러운 번역체의 표현이 눈에 띌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 부분이 어색하지 않을 때까지 글을 고쳐 써보자. 스스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좋은 훈련이 된다.

오길주 문예원글로피아 원장

다음 주제는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중학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회 20명을 골라 문예원글로피아 연구원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또 우수 논술 한 편을 골라 총평과 함께 지면에 게재합니다. 제시문은 중학논술방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주제=그라민 은행의 빈민운동에 관한 제시문을 읽고 밑줄친 1)과 관련하여, 다음 제목으로 논술문을 작성하되, 본문의 내용이 예시의 소재로 잘 반영되도록 하라. (800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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