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부동산 시장 4대 궁금증 ①] 땅값은 누구 주머니서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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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반값 아파트' 논란으로 새해 집값 전망은 일순간 안개 속으로 빠져 들었다. 새해에도 반값 아파트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시장예측이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반값 아파트의 환상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럴 때 투자자들은 과연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이코노미스트가 새해를 맞아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풀 가이드'를 마련했다.

‘반값 아파트’가 나온다는 말에 서민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먼저 제기한 ‘반값 아파트’에 대해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안은 공공기관이 실수요자에게 싼 가격에 주택을 분양하되 팔 때는 공공기관에만 되팔도록 하는 환매조건부형 반값 아파트다. 이르면 2007년시범 공급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분양가 인하를 위한 실질적 조치로 마감재를 제외하고 주택을 공급하는 마이너스 옵션제를 공공주택과 민영주택에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시행 방안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려 최종 조율까지는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당·정은 민간택지에서 공급하는 아파트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실시 시기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당은 2007년 7월, 정부는 2008년 1월을 각각 주장해 나중에 당·정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또 현재 공공택지 내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과 25.7평 초과 공공주택에 적용하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를 25.7평 이상 민간주택으로 확대할지도 입장이 엇갈려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환매조건부 분양제의 경우 2007년 시범 도입하기로 했지만, 공급 규모는 앞으로 논의를 거쳐 결정키로 했다.

정부는 시범 실시를 주장한 반면 당에서는 공공택지 내에서 일정비율을 정해 공급하는 전면 실시 방안을 요구했다. 열린우리당은 또 공공택지는 주공 등 공공기관이 100% 개발토록 하는 ‘공공택지 공영개발’ 도입을 주장했으나, 정부는 재정 부담이 커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치적으로 변질된 반값 아파트 논란 = 2007년 부동산 시장의 최대 화두는 반값 아파트가 될 게 분명하다.

최근 여당과 정부가 먼저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제시한 ‘대지임대부 주택분양 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이 내놓은 환매조건부 분양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비쳐 당·정이 ‘환매조건부 분양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대지임대부 분양방식은 토지 확보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 생각해보면 실효성에 상당한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반면 환매조건부 분양 방식은 공공에서 재원을 조성할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강팔문 건설교통부 주거복지본부장도 국정브리핑에서 반값 아파트는 ‘말 장난’이라는 취지의 글까지 올렸다. 요지는 “반값 아파트는 과장된 표현으로 국민에게 잘못된 기대심리와 환상을 줄 수 있는 적절하지 못한 용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토지임대부 주택은 건물에 대해선 제값대로 받고 대지에 대해선 임대료를 받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는 ‘제값’을 받는 것이지 ‘반값’을 받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마치 사과 반쪽을 반값에 판매하면서 ‘반값 사과’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홍준표 의원이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용적률 특례(400% 이상의 고밀도)를 인정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 본부장은 반대했다.

그는 “용적률이 높아지면 주택가격은 택지비 감소로 인해 떨어지기 때문에 이것은 분양제도 자체에 의한 효과가 아니라 단순히 용적률 특례에 의한 효과에 불과하다”고 했다.

크게 보면 반값 아파트의 한 방식인 대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는 각 당이 선거전략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그때 그때 ‘아전인수’식으로 내놓고 있는 전략에 불과하다.

반값 아파트 기대 반 우려 반 = 한국토지공사 산하 국토도시연구원의 성장환·조영태 연구원이 작성한 ‘토지임대건물 분양 방식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토지임대부 분양은 해를 거듭할수록 비용이 급증해 17년째에는 일괄 분양 방식보다 누적 비용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교 33평형을 예로 들어 땅값 1억8800만원, 집값 1억7500만원으로 가정하고 임대기간 30년, 토지임대요율 4.85%(3년 국고채 평균금리), 지가변동률 4.52%를 적용하면 입주자가 부담하는 연차별 누적비용은 토지임대부일 경우 첫해에 1억8806만원, 10년째 3억1644만원, 20년째 5억1396만원, 30년째 7억9924만원 등으로 가파르게 늘어난다. 반면 일괄 분양은 첫해에 3억6741만원, 10년째 4억776만원, 20년째 4억5486만원, 30년째 5억609만원으로 완만하게 증가한다.

보고서는 “누적 비용을 따져 보면 17년째부터는 토지임대부 분양이 일괄 분양을 웃돌기 시작한다”며 “일괄 분양 방식에서는 토지를 가지고 있어 이에 따른 기대수익이 증가하지만, 토지임대부 분양에서는 기대가치가 갈수록 떨어진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판교 33평형에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을 적용할 때 월 임대료 76만원에 건물 감가상각비(월 29만원), 건물분 재산세(월 3만6000원)를 합치면 월 109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 등에서는 대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방식이 분양가를 절반가량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양가를 결정짓는 최우선 요소인 택지비가 포함되지 않는 데다 조성원가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이전부지나 군부대 부지를 이용할 경우 최소 1500만 평의 택지가 나오고, 채권발행을 통해 기금을 조성하면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토지공사가 ‘토지 임대-건물 분양’ 방식을 적용한 이른바 ‘반값 아파트’를 실제 적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송파 신도시와 관련, 강남 대체 신도시 목표와 상충돼 오히려 주택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해 주목된다. 송파 신도시는 국·공유지 비율이 높아 한나라당 등에서 ‘반값 아파트’ 공급이 다른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에 비해 쉬울 것으로 지목하고 있는 곳이다.

송파 신도시는 국·공유지 비율이 82%로 높은 편이지만 국·공유지도 국가에서 사들여야 하는 데다 군부대 이전에 따른 비용이 커 단순히 국·공유지 비율이 높아 ‘반값 아파트’ 공급이 용이하다는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 수요 대체라는 송파 신도시 건설 목표와 ‘토지 임대-건물 분양’ 아파트 공급이 상충되는 점, 강남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성을 높여 주택가격을 상승시킬 염려가 크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값 아파트에 적용되는 토지임대료와 전세보증금 수준을 따져보면 기존 전·월세를 능가하고 그래서 기존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세금’이 문제 = 반값 아파트의 선결과제로 재정 부담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즉 환매조건부나 토지임대부 분양은 모두 정부의 재정 지원(세금)을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다. 이럴 경우 정부가 10년 동안 개발할 예정인 1억3000만 평의 공공택지에 소요되는 재원은 매년 104조원, 10년간 1040조원이란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재정 투입이 반값 아파트에 집중될 경우,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현재 임대주택 건설도 정부 재정은 사업비의 10% 내외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는 “토지임대부 분양을 포함한 분양가 인하 방안은 2007년 1월 이전에 확정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값 아파트 오해와 진실 = 토지(대지)에 대한 임대료를 납부하고 있고 건물만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아파트를 우선 ‘반값 아파트’라고 부르는 것부터 잘못이다. 토지 지분(소유권)이 없는 아파트를 ‘반값’이라고 한다면, 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 모두 없는 임대아파트는 ‘공짜 아파트’로 불러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반값 아파트 공급 방안’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정책, 특히 집값 안정은 이미 선동적인 정치구호가 됐다. 실효성이나 재원 마련 방안, 장기 여파 분석 등은 제대로 않은 채 그럴싸한 부동산 대책으로 포장해 불쑥불쑥 내놓고 있다. 여기다 정책 실패로 인해 국민의 등을 돌리게 만든 청와대와 정부까지 나서 우왕좌왕해 국민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반값 아파트’는 수많은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검토해야 하는 바람직한 정책이다. 하지만 도시지역 공공택지가 충분치 않은 현실에서 전면 실시는 쉽지 않다. 사업성부터 논란거리다. 대지임대 방식이냐, 환매조건부냐에 따라 효과와 부작용이 엇갈린다.

시행에 필요한 재원은 전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자칫 최초로 분양받은 사람만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부동산 로또’가 될 수 있다. 불쑥 도입했다가 부작용이 나타난 뒤 보완하려고 하면 엄청난 ‘후유증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정책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ournps@hanmail.net]

[2007년 부동산 시장 4대 궁금증]
①땅값은 누구 주머니서 나오나
②상승세 잠복 곳곳에 지뢰밭
③수도권 신도시 눈여겨보라
④은평 판교 동천에 '해' 뜬다

<이코노미스트 8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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