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첫 한국 우주인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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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 2명이 1만800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이들 가운데 1명이 최종적으로 2008년 4월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스를 타고, 우주에서 열흘 동안 18가지 과학실험을 하게 된다. 이는 대한민국의 우주 개척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1961년 옛 소련에서 첫 우주인이 탄생한 이래 45년 동안 34개국에서 456명의 우주인이 배출됐다. 일본은 6명, 중국은 3명의 우주인을 탄생시켰고, 몽골.베트남.쿠바 등에서도 우주인이 나왔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우리로서는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우주를 정복하는 국가가 21세기를 정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주는 미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자원이 고갈되고, 환경은 나빠지면서 지구에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이런 문제를 풀 실마리를 우주에서 찾아내는 국가가 정치적.경제적으로 미래 세계의 리더가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따라서 첫 우주인에게 거는 우리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첫 우주인은 남은 1년여 동안 심신을 갈고 닦아 많은 것을 배워오기를 바란다. 그의 값진 경험을 우주과학이 진일보하고, 후배 우주인을 양성하고, 과학을 대중화하는 데 십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미국.러시아 등은 우주인을 우주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각종 강연에 출연시켜 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취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반면 우주인을 배출해 놓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우주인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국가도 있다고 한다.

사실 다른 나라의 우주선을 타는 것이어서 자칫 이벤트성 행사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우주인 프로젝트에는 20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이 들어간다. 값비싼 일회성 '우주 관광'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부는 지금부터 우주인 훈련과 사후관리의 전 과정을 세심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첫 우주인이 황우석 사태 이후 침체된 과학계에 활력소가 되고, 우주과학 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