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 경기도 광주까지 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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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조합원들이 22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중대동 잣나무 숲에서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를 잘라내고 있다.최정동 기자

22일 오후 2시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중대동 야산. 수령(樹齡) 20~30년, 높이 10여m의 잣나무가 4ha에 걸쳐 빽빽히 숲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누렇게 말라 죽은 잣나무 7그루가 눈에 띈다. 산림청과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원 관계자 20여 명이 숲 인근 3번 국도에서 지나가는 화물차를 세우고 소나무류 목재를 옮기는 것이 있는지 검사하고 있다. 그 옆에서는 서승진 산림청장, 최형근 경기도 농정국장 등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 광주시 중대동과 초월읍 늑현리 등 사유림 두 곳에서 잣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돼 말라 죽은 것으로 확인되자 피해 지역과 발생 경로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이는 한편 방제 작업에 들어갔다.

◆ 전국 확산 우려=지난해까지 제주와 전남, 부산, 경상남북도에 이어 강원도까지 소나무 재선충이 확산된 데 이어 경기도까지 북상함으로써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림청은 그동안 충청도를 잠정 차단 지역으로 정해 방제활동을 해왔으나 경기도에서 재선충이 확인되자 당황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소나무가 아닌 잣나무가 감염됐다. 지금까지 재선충은 소나무에서만 발견됐으며 잣나무 감염은 실험실에서만 가능성이 확인됐을 뿐이다. 산림청 박도환 사무관은 "소나무 재선충은 소나무 이외에 잣나무.낙엽송.전나무 등에는 발병 가능성이 작아 방역에 다소 소홀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이번 잣나무 감염이 벌레에 의한 자연 확산이 아니라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잣나무 숲 주변에 통나무집 제조 회사가 있는 데다 이미 재선충이 발생한 강원도에서 100km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는 4km 정도 이동할 수 있다.

산림청은 조기에 방제하면 재선충 확산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감염 후 빠르면 1개월 안에 고사하는 소나무와 달리 잣나무는 내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재선충은 나무에 올라오는 수분 통로를 차단해 소나무가 말라죽지만 잣나무는 송진이 많아 쉽게 말라죽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확산 속도가 느리다.

◆ 잣나무.소나무 이동 통제=산림청은 재선충이 발생한 지역의 잣나무는 물론 근처 지역의 소나무류 이동.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죽어가는 소나무류(소나무.해송 등)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1588-3249)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국의 잣나무림을 대상으로 재선충 감염 여부를 정밀 조사하고 있다.

정영진.김방현 기자<kbhkk@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 재선충(材線蟲)=0.6~1mm 크기로 한 쌍이 1주일 만에 20만 마리로 불어날 만큼 번식력이 좋다. 소나무에 침투해 수분과 영양분의 이동 통로를 막아 말려 죽여 소나무의 에이즈로 불린다. 지난해까지 전국 53개 시.군.구에서 7811ha(전국 소나무림 150만ha의 0.52%)의 소나무가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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