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금 파티(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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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서고금이나 체제를 불문하고 정치에 있어 최대의 과제는 돈이라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과정과 절차가 복잡한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치자금의 조달이 도덕성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어려움이 따른다.
미국은 선거비용이 많이 들기로 세계에서 첫 손꼽히는 나라다. 하원의원 입후보자가 한번 선거에 쓰는 돈이 1백만달러를 웃도는 예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정치자금의 조달을 개인헌금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이토록 거액을 모금하다 보니 최근에는 기업헌금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헌금이라는 형식을 피하기 위해 각기업이 정치활동위원회(PAC)라는 일종의 헌금단체를 만들고,여기에서 기업종업원의 개인기부를 모아 정치인에게 헌금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표는 주민이 줬는데 돈을 대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PAC자체가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정치자금 마련을 위한 모금파티(Fund Raising Party)를 널리 활용하고 있다.
기업이나 단체의 헌금을 재원으로 하는 일본에서도 모금파티는 성행한다. 여야불문하고 어느 정당이나 정치인,심지어는 「미제국주의」를 성토하는 공산당까지도 미국에서 배워온 이 수법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여년동안 파티 건수로는 네배,모금액수로는 16배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장에 1만∼3만엔씩 하는 파티입장권을 다수의 지지자에게 팔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파티권을 대량판매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기업이나 단체의 협조가 요구된다. 1개 기업이나 단체가 1백만엔이상 파티권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어 사실상 정치헌금이나 다름 없다. 파티권 판매에 의한 조달규모가 전체정치자금의 16%를 점유하는 실정이다. 43%를 점하는 정치헌금의 다음 순위다.
진보야당인 민중당을 돕기 위한 모금파티가 한 젊은 인기 여가수에 의해 개최된다고 한다. 우리 정치사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많은 동료 연예인들도 동참하리라 한다.
지난번 대통령선거때 한 야당후보의 찬조연설에 나섰던 TV탤런트가 그후 상당기간 실직자가 돼버린 일이 생각난다. 정치도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는듯 싶다. 정치자금 양성화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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