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김대중파 정치권 합류/가칭 「신민당」 출범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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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평민과 합당… 대권행보 모양갖추기
23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치름으로써 공식적인 정당자격을 취득한 가칭 신민주연합당(신민당)의 탄생은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정치력강화 ▲친김대중 재야정치운동세력의 정치권 편입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창당준비위원장인 이우정 전 한국여성단체연합회장을 비롯해 김말룡 전 노총위원장,최성묵 부산 민족민주운동연합회장,강창덕 대구·경북 통추회의 대표,박일 전 의원,오충일목사 등이 참여했으며 원로로는 신도성 전 통일원장관,김관석 통추회의 상임대표,조남기 NCC 인권위원장,조아라 전남·광주 YWCA 명예회장,김병찬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등이 동참했다.
신민당은 스스로를 「야권통합을 위한 한시적 정당」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무조건 통합제의를 수락하는 정당과 합치겠다고 밝혀왔다.
이들은 창당준비위의 가동과 함께 통합협상대표를 구성,신민당의 제의를 「받아들인」 평민당과 바로 당대당 통합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신민당이 이같이 절차와 형식논리를 완비해 야권통합의 모습을 갖추려하고는 있으나 내막적으로는 재야에 흩어져 있던 「김대중 지지론자」들이 평민당에 들어가 정치세력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다.
어차피 DJ(김대중 평민당 총재) 지지론자들이 제도정치로 진입할 바에야 굳이 신당을 만들어 외양만 그럴듯하게 꾸미는 것이 정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김총재는 최근 『신민당과의 통합을 시·도 광역의회 선거전에 마무리짓겠다』며 조속한 통합의지를 밝힘으로써 신당의 창당작업을 가속화시켰다.
관계자들은 4월 임시국회기간이 한달은 될 것이며 그 뒤에는 광역선거운동이 가열될 것이므로 아무래도 통합전당대회는 4월 중순 이전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총재가 신당과의 통합시기를 이처럼 앞당긴 것은 평민당이 기초선거에서 당초 목표했던 영남지역잠식에 실패하는등 당세확장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총재는 영남권인사의 수가 상당하고 재야의 법통이 있다고 믿는 신민당과의 합당을 통해 호남지역당 이미지를 탈피한 뒤 광역선거·총선을 맞이하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평민당·신민당의 합당은 김대중 총재의 대권전략상 채택된 모양갖추기 수순으로 봐야할 것 같다.
양당은 신설합당형식으로 통합하되 당명은 신민당으로,지도체제는 김총재를 대표최고위원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나 민자당같이 총재­대표최고위원­최고위원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하는데 내막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재야의 통추회의는 이부영씨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연합그룹」은 민주당으로,김관석목사 등 「종로5가그룹」은 김총재의 신야당으로 분리됐다.
재야의 DJ지지론,반DJ 민중당세력,비DJ 민주연합세력은 이제 모두 신민당·민중당·민주당으로 각각 정치현실화된 셈이다.
이들의 또한번의 이합집산은 14대총선을 거치면서 서로의 힘관계를 명백히 인식하기 전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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