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오염 막을 수 있었다/두산전자 폐수처리 실적 간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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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동직전 페놀발견 보고안돼
구미공단 두산전자의 폐수방류로 야기된 경남북지역 식수오염 파동은 대구지방환경청과 시청이 정기적인 공해단속과 수질검사등을 제대로 시행했더라면 초기에 대규모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조사결과에 따르면 두산전자측이 공장내에 설치된 2기의 페놀소각기중 1개가 고장나면서 고장난 소각기는 방치한채 소각하지 못한 폐수를 비밀통로를 통해 낙동강상류를 몰래 흘려보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말부터였다.
환경처 조사결과 두산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2월말까지 처리해야할 3백55t의 폐수중 회사 드럼통에 보관중인 30t을 제외한 3백25t에 대한 처리실적이 없어 이것을 그대로 비밀 배출한 것이다.
두산전자의 한 관계자도 『페놀폐기물의 장기간 무단방류로 공장인근 옥계천에 악취가 심하게 풍기는등 눈에 드러나게 공해가 심각해져 이공장장등 간부들에게 5차례에 걸쳐 폐수처리의 고충을 전하고 고장난 소각로의 수리를 건의했으나 번번이 묵살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이 3개월전부터 방류된 페놀폐수로 공장주변마을,옥계천일대에서는 심한 악취가 풍겼으나 대구지방환경청의 단속은 형식에 그쳤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미공단 총입주업체는 2백30개업체,대부분 공해배출 업소다. 그러나 환경청은 공해감시요원을 월1∼2회씩 출장을 보내 형식적인 단속을 해왔다.
환경청은 그동안 5차례에 걸쳐 구미공단에 대한 수질 및 폐기물 처리실태점검을 실시했는데도 두산전자의 페놀폐기물 무단방류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혀 석연찮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게다가 대구에서 상수도물 오염소동이 벌어지기 하루전 15일 두산전자 인근인 칠곡군 왜관읍에서도 경북도수질관리요원들에 의해 페놀성분이 체크됐으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관계공무원들의 고의적인 은폐나 묵인 등 의혹을 주고 있다.
환경관계자들은 『대구지방환경청이나 대구·경북도 환경공무원들이 공해단속에 나설 경우 비밀배출구를 중심으로 단속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공해감시대상인 옥계천에 두산전자가 설치한 비밀배출구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이 공장의 페놀원료처리공정이 컴퓨터로 돼있어 보조파이프에서 원액이 유출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도 16일 오후에 발견됐다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환경청과 시청관계자들이 페놀폐수방출 사실을 알고 사전에 충분히 식수파동을 막을 수 있었으나 이를 게을리 했거나 묵인등으로 인해 영남지역 수도물파동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대구=이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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