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의 전쟁'보드게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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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근 영국에서 '테러와의 전쟁'(사진)이라는 제목의 보드 게임이 등장, '얄팍한 상업주의' '신랄한 정치풍자'라는 양 극단의 반응을 얻고 있다고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의 인터넷판인 포브스닷컴이 보도했다.

일부 소비자는 이 게임이 테러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가 하면, 이 보드게임을 만든 테러불게임스(TerrorBull Games)라는 업체는 최근 뉴욕.런던에서 열린 장난감 박람회의 참가를 거부당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30대 웹 디자이너 앤드루 시린과 앤디 톰킨스가 함께 만든 이 보드게임은 2~6명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됐다. 게임 박스 안에는 세계 지도 보드에 악의 축 표시가 있으며 자살테러범 등 47개의 테러리스트 카드가 있다. 게이머들은 세계 지도 위에 그려진 석유 등을 찾아 가능한 한 넓은 땅을 자기 것으로 차지해 나가야 한다.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편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게임에 대해 영국 소비자들은 '역겹다' '위험하다' '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게임을 만든 시린과 톰킨스는 "사람들이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고 싶었다"며 "게임을 하며 웃고 토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시린과 톰킨스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으로 반전 시위에 참가해 왔다. 이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부르짖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이 테러리즘처럼 역사적으로나 경제.정치적으로 간단치 않은 이슈를 '선과 악'이라는 극단적인 흑백논리로 단순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사회운동 전문가인 옥스퍼드대의 마이클 빅스 교수는 '테러와의 전쟁' 게임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테러와의 전쟁의) 원인을 알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저항운동의 한 형식으로 해석했다. 테러불게임스는 이 게임을 현재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매장에서도 팔 계획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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