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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염전벽해' 여의도 4배 크기 염전 메워 공단 용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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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롄윈강에서 출발하는 신아시아유럽철도의 시작점을 알리는 기념비. 롄윈강 부두에 하역된 화물은 이 철도를 따라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까지 운반된다. [사진=정용환 기자]

중국 산둥반도 칭다오(靑島)에서 차를 타고 3시간, 롄윈강(連云港) 동부 개발 구는 포크레인의 굉음에 싸여있었다. 10톤 트럭 수십 대가 꼬리를 물고 오가면서 자갈과 흙을 쏟아낸다. 롄윈강은 본래 염전지역이다. 진시황이 3차례나 찾았을 정도로 큰 염전이 자리잡고 있던 곳이다. 그러나 염전들은 1년 반전에 폐쇄됐다. 대신 1.5m 두께의 흙더미가 염전을 덮고 있다. 염전 주변 동산 수십 개도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매립용 흙과 모래로 쓰이면서다. 흙더미로 덮인 염전과 사라진 동산, 이런 광경은 5㎞에 이르는 개발구 도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졌다.

롄윈강시 경제기술개발구위원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매립한 염전은 950만 평. 개발을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여의도 면적의 4배에 가까운 염전이 공업용지로 탈바꿈 중이다.

취재진과 동행한 연세대 국제대학원 한석희 교수(중국학)는 "단시간에 압도적인'사이즈'로 일을 벌이는 중국식 개발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롄윈강은 쑨원이 '동방의 명항(名港)'이라 부르며 미래 가치에 주목했던 곳이다. 롄윈강 앞바다엔 덩샤오핑의 유골이 뿌려졌을 정도로 국가 지도가들의 애정을 받았던 곳이다. 그러나 롄윈강은 중국 전역에 몰아친 개발 바람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1984년 연해 14개 도시 개방 후 상하이.톈진.칭다오.다롄.원저우.옌타이 등 연해 항구 도시들이 앞다퉈 성공적인 개발 신화를 써왔지만 롄윈강은 조용했다.

장쑤성(江蘇省)정부가 난징.쑤저우.우시에 개발에만 집중하면서 롄윈강 개발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던 것. 성 정부는 2기 개방 프로젝트로 지난해 롄윈강을 중심으로 하는 쑤베이(蘇北.장쑤성 북부) 발전계획을 확정, 자금과 인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비로소 개혁.개방의 막내, 롄윈강이 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육상.해상 교통의 요충지인 롄윈강은 탁월한 물류망 때문에 성장 잠재력 면에선 '슈퍼 베이비'였다. 롄윈강은 중국 10대 항구로 연간 10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할 수 있는 부두 설비가 있으며 '아스팔트 실크로드'로 불리는 롄훠고속도로(롄윈강~신장.위구르자치구)의 동쪽 기점이다. 이 도로와 동북의 헤이룽장성에서 남쪽의 하이난다오까지 이어지는 퉁싼고속도로가 롄윈강에서 교차한다. 또 중국 대륙을 동서로 관통해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까지 이어지는 신아시아유럽철도의 시작점이 롄윈강 부두에 자리 잡고 있다."평택항에서 컨테이너선이 출발하면 20여 시간 만에 도착, 철도에 화물을 바로 실을 수 있을 정도로 물류 접근성이 탁월하다"는게 롄윈강 한중페리호 이영우 부사장의 말이다.

롄윈강의 발전 청사진은 대규모 염전지대를 공업용지로 바꿔 기업을 유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롄윈강 도시계획국 더푸 부국장은 "염전을 개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토지 조성 비용이 칭다오의 50%밖에 안든다"며 "전체 염전의 일부만 개발, 공장 확장 수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롄윈강 한인상공회 김영호 고문은 "2004년 조성한 경제기술개발구에 70~80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고 연말까지 100개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시정부는 한국 기업유치에 박차를 가해 부두에서 10분 거리에 750만 평 규모의 '한국공업생산구'를 배치했다. 환경친화적인 첨단제조.기계.신약 분야의 기업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롄윈강 시가지 외곽의 화궈산(花果山)은 명대 작가 오승은의 소설 서유기의 무대였던 곳으로 시는 손오공을 앞세워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롄윈강=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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