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쏟아져 들어오는 이들은 이 집 주인인 원희연(33).송혜진(32)씨 부부의 친구들이다. 그런데 나이도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김은경(29)씨는 송씨와 같은 푸드 코디네이터다. 김씨와 손 꼭 잡고 온 이는 그녀의 어머니인 임화숙(55)씨. 요리 솜씨가 대단해 송씨와 김씨가 평소 '사부님'으로 모시는 분이란다. 김씨는 앞 집에 사는 다섯.일곱 살배기 두 꼬마까지 끌어안고 왔다. "마실 오는 건데 뭘. 얘들한테 맛있는 것도 먹이고 좋잖아요." 임화숙씨의 말이다.
임지영(34)씨는 원희연씨의 친구다. 플루트 연주자인 이씨는 사진작가인 남편 이주희(34)씨와 함께 왔다. 연다인(18)양은 이제 막 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생. '아름다운가게' 간사인 아버지가 원씨 부부 친구라, 자신도 자연스럽게 이들의 '친구'가 됐다. 부암동 주민이자 문화기획자인 유종국(38)씨가 합류하는 것으로 1차 성원 충족. 드디어 '파티'가 시작됐다.
"한 달에 두세 번은 이렇게 모여요. (손님이) 열 명을 훌쩍 넘을 때도 많고요. 서너 명씩 모이는 거야 다반사죠." 송혜진씨는 "나나 남편이나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며 "살며 소중한 게 참 많지만 우리에겐 이웃, 친구들과 나누는 우정이 그중 으뜸"이라고 했다.
좋은 그릇, 고급스러운 요리는 파티의 필수 요소가 아니다. "대신 아이디어가 필요하죠. 크리스마스라면 시장에서 빨간 천 2000원어치만 사다 식탁에 깔아도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네모난 초콜릿에 나뭇잎으로 장식한 꼬치만 꽂아도 훌륭한 '요리'가 되고요. 촛불 몇 개, 와인 한 병, 거기 잘 익은 김치랑 삶은 돼지고기만 있으면 손님맞이 상차림으로 손색없죠."
음식 먹고, 와인잔 부딪치고, 그간 못 나눈 안부 전하는 사이, 구석자리 난로에선 밤이 톡 익어가고, 아이들 웃음 소리는 까르르 담장 위를 날았다.
이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