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종 경쟁 자동차 3사 제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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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자동차 업계가 올 들어 신차종 경쟁에 뜨겁다.
우선 중형차종을 중심으로 현대는 뉴 쏘나타, 기아는 뉴 콩코드, 대우는 르망 이름 셔를 최근 한달 사이에 잇따라 내놓았으며, V카·T카·M카 등 히든카드로 소·대형차 시장에서의 제2라운드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이 같은 신차종 경쟁은 작년 가을 이후 계속된 판매부진 현상 때문.

업계 스스로의「80년대 중반이후 최악의 상황」이란 말처럼 내수판매는 걸프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며 올 들어서는 제자리걸음에, 기대했던 수출회복도 아직은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는 완전한 신개발 차가 아니더라도 차종을 다양화, 선택의 폭을 늘림으로써 멀어지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아 놓자는 것이다.

현대 등 승용차 3사가 최근 잇따라 선보인 뉴 쏘나타·뉴 콩코드·르망 이름 셔는 모두 배기량기준 1천8백∼2천cc급으로 중형차들이다.
대우는 이름 셔 외에 최근 자체 개발한 DOHC(다중밸브)엔진을 단 1천5백cc고 신형 에스페로도 새로 내놓았고 로열 시리즈도 상반기안에 이름만 로열로 두고 차체는 V카로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개발된 에스페로를 포함하면 중형차종은 반년 남짓 사이에 모두「물갈이」가 되는 셈이다.
현대도 4월께 기존 스쿠프에 자체 개발한 알파엔진을 얹기로 했고 외제차에 맞설 3천cc이상 초대형 승용차 개발도 추진중이다.
기아는 1천5백cc급 S카와 2천cc 이상 급 T카를 각각 내년과 내후년을 목표로 개발한다는 계획.
한편 기존 업체 외에도 대우조선이 5월께 8백cc급 국민차를 내놓을 예정이고 현대정공과 쌍룡자동차는 올 하반기에 각각 지프(M카)와 스포츠카를 선보일 계획이어서 승용차 생산업체 수 자체가 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현재 10여종 정도인 국산 승용차종이(차 이름 기준) 2년쯤 뒤에는 두 배로 늘게 될 전망이다.
특히 DOHC 엔진·자동변속기·파워핸들 등 새로운 장치가 속속 개발, 도입되고 있어 한 차종 내에서도 모델수가 크게 다양화될 것으로 보인다.
DOHC형의 경우 이미 캐피탈·엘란트라·에스페로에 차례로 부착되면서「배기량은 소형이나 출력은 중형」인「준 중형 승용차」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차종을 다양화시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일본의 경우업체마다 매년 한가지 이상씩의 새로운 거를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제품의 수명이 그만큼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는 소형차에 수출의 승부를 걸면서도 정작 85∼87년 개발됐던 엑셀·르망·프라이드 외에 이렇다 할 신상품을 내지 못해 왔다.
계속 바뀔 수밖에 없게 마련인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왔던 것이 이제 와서 국내외 시장 모두에서 고전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새차를 개발하려면 1천억 원 가량의 엄청난 돈이 든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팔리는 차」를 만드는 것이다.
엑셀승용차가 미국시장에서만 5년 동안 1백만 대 이상 팔린 것에 대해 현지업계는『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기적』이라고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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