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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시·도당 '빅3' 예우에 마음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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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전남도당은 대선 주자들이 지역에 내려올 때마다 핵심 당직자 70여 명에게 행사 참석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날린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어떤 예비후보가 와도 똑같은 당직자들에게 연락이 가도록 리스트를 만들었다. 박재순 도당 위원장은 "참석자 수가 특정 대선 주자에게 치우치면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주문형' 당원 초청=부산시당은 최근 대선 주자들의 요청에 맞춰 행사 참석 대상자를 연락하는 '주문형 초청'을 하고 있다. 서병수 시당 위원장은 "대선 주자마다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달라 개별 요청에 따라 50명, 100명씩 대상자를 정해 연락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한 시당 관계자는 "'다른 쪽에는 전화를 여러 번씩 걸고 우리 행사 때는 한 번씩만 연락한 것 아니냐'는 등 항의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양의 문제에 형평을 맞췄더니 이번엔 질의 문제를 제기하더라는 얘기다. 당내 대선 주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나라당 지방 조직의 마음고생이 심해지고 있다.

◆ "초청 안 했는데 참석"=지난달 당원 2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던 인천시당 체육대회에는 대선 주자 중 이 전 시장만 모습을 나타냈다. 이 전 시장은 당원과 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이 소식을 들은 박 전 대표 쪽은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항의했다.

후보들 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체육대회에 참석한 황우여 사무총장이 마이크를 잡고 "여기 못 오신 분도 계시지만 다들 귀한 후보니까 다 같이 마음으로 지원하자"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이에 앞서 이 전 시장 쪽은 울산시당 행사 때문에 마음이 상했다. 정반대의 경우였다. 박 전 대표는 시당 행사에서 축사까지 했으나 이 전 시장은 참석도 못했다. 이 전 시장 쪽 관계자는 "울산시당에서 박 전 대표 쪽에는 미리 일정을 잡아 주고 우리에겐 바로 직전에 연락을 해 참석할 수 없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대선 후보 진영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대선 후보 선출 규정의 영향도 있다. 현행 당헌.당규상 한나라당은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의 비율로 반영해 대선 후보를 뽑도록 돼 있다. 대의원과 당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 당원의 '표심'이 거의 50%를 좌우하는 구조다.

각 지역에서 전전긍긍해 하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는 "대선 주자에게 줄 서지 말고 나에게 줄을 서라"며 질서 잡기에 나섰다.

◆ "아예 멍석 깔아 주자"='차라리 멍석을 깔아 주자'는 역발상도 나온다. 경기도당은 내년 1월 6일로 예정된 광교산 산행에 대선 주자 전부를 초청할 계획이다. 남경필 도당위원장은 "당 지도부에선 과열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각 후보 진영에 이미 초청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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