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중기대출 돈줄도 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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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은행이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2조원가량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주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시중은행에 공급하는 것이다. 한은이 이 돈까지 줄이려고 나선 것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거둬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달엔 1년 미만 단기 예금의 지급 준비율을 인상해 '돈줄 죄기'에 나선 바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21일 총액한도대출 감축 안건을 심의.의결한 뒤 은행별로 배정된 한도를 새로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총액대출한도를 줄이면 은행들은 축소된 금액만큼의 자금을 한은에 반납해야 한다. 총액한도대출은 한은이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위해 시중은행의 대출이자보다 훨씬 낮은 금리(연 2.75%)로 제공하는 자금이다. 현재 규모는 9조6000억원 정도.

금융권에선 이번 한도대출 축소 규모가 1조5000억~2조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대출한도를 2조원가량 줄이면 25조~50조원 정도의 시중 유동성이 흡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주택시장이 불안했던 2002년에도 총액한도대출을 2조원 줄였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선 이번 한도 축소를 부동산 시장으로 흐르는 돈줄을 죄기 위한 한은의 전방위 압박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부동산 시장으로 흐르는 시중의 유동성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자칫 우량 중소기업의 돈 줄만 죌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채권시장은 한은이 총액한도대출을 축소할 것이란 방침이 전해지면서 채권 매수 심리가 위축돼 채권금리가 일제히 올랐다.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에 비해 0.02%포인트 오른 연 4.92%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0.02%포인트 올라 연 4.95%로 마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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