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국교생 숨진채 발견/44일만에/손발 묶인채 하수구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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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대 범인 7천만원 요구/협박전화 46차례 걸려와
9세짜리 국교생이 유괴된지 44일만에 살해돼 하수구에 유기된 변사체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3일 낮 12시15분쯤 서울 잠실2동26 88도로옆 하수구에서 유괴된 이우실씨(35·성광피혁 대표·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05동)의 2남 형호군(9·구정국교 3년)이 손발이 묶이고 눈·입에 테이프가 붙여진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군은 지난 1월29일 오후 6시쯤 집부근에서 유괴된 뒤 그동안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범인으로부터 몸값 7천만원을 요구하는 협박전화가 46차례나 걸려와 경찰이 수사를 펴왔었다.
◇사체 발견=발견자 김길수씨(39·송파구청 운전기사)는 『한강고수부지·88도로 가드레일 보수작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비탈길을 내려오다 보니 하수구에 손발이 묶이고 눈·입 주위에 피를 흘린채 이군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군이 발견된 하수구는 차도로부터 5m 가량 떨어진 외진 곳으로 이군은 유괴당시 입고있던 밤색점퍼·검정색 가죽바지에 운동화를 그대로 신은채 포장용 비닐끈으로 두손발이 묶이고 입에는 노란색 포장용 비닐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유괴=이군은 1월29일 오후 6시쯤 집부근인 현대아파트 204동 뒤편 놀이터에서 혼자 그네를 타고 놀다 유괴됐다.
이군의 친구에 따르면 피아노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는 이군에게 『추운데 왜 혼자 밖에서 노느냐』고 묻자 이군이 『조금있다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는데 이후 범인에 의해 유괴돼 소식이 끊겼다.
◇협박전화=범인은 유괴당일인 29일 밤부터 지난달 14일까지 이군집으로 몸값 7천만원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46차례 걸어왔다.
사건당일 오후 11시35분쯤 범인은 아버지 이씨에게 첫 협박전화를 걸어 『아들을 찾고 싶으면 31일까지 카폰이 달린 고급승용차와 1만원권 현금 7천만원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범인은 31일부터 2월14일까지 2∼3일 간격으로 김포공항·대한극장·남대문 등 사람통행이 많은 곳을 약속장소로 정해 돈을 가지고 나올 것을 요구했으나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범인은 지난달 13일에는 상업은행 「김주선」명의의 온라인구좌로 돈을 입금시킬 것을 요구,이씨가 현금 2천만원을 입금시키는등 두차례 4천만원을 입금했으나 돈을 찾아가지 않았다.
◇피해자 주변=이군의 아버지 이씨는 신당동에 있는 중소 가죽가공공장인 성광피혁을 운영하고 있고 33평짜리 현대아파트를 9천만원에 전세살고 있으나 할아버지(65)는 3백억원 정도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씨는 이군의 생모(34)와 3년전에 이혼한 뒤 현재의 부인과 재혼했다.
◇경찰수사=경찰은 숨진 이군이 몸무게 50㎏이 넘는 우량아인데다 평소 낯모르는 사람과는 접촉을 꺼려 1∼2명의 면식범이 차량을 이용,이군을 유괴한 뒤 몸값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을 눈치채고 살해해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경찰은 이군 사체의 부패정도로 미뤄 범인이 마지막 협박전화를 한 지난달 14일 전후 이군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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