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성폭력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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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법무부가 상습적인 성범죄자 등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는 방안을 도입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최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는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한 가석방이나 집행유예범뿐 아니라 형을 마친 자도 전자팔찌 부착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나 상습 성범죄자는 전자팔찌의 족쇄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올 초 용산초등학생 성폭행 살인 사건이 터진 뒤 성범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하고 주거지를 제한하자는 등의 강력한 방안까지 제시됐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면서 요란스럽던 각종 대책도 용두사미 꼴이 됐다. 그 사이에도 여성이 홀로 있는 집만 골라가며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속칭 '발바리'들이 전국에서 설쳐대고 성폭력 범죄에 희생된 미성년자만도 올해만도 수백 명에 이르고 있다.

인권단체가 프라이버시와 인간 존엄성의 침해라며 전자팔찌 도입을 반대하고 있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 보호관찰범의 경우 실형보다 자유를 덜 제한하고 위치를 확인할 뿐 행동이나 대화를 통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영국 등 10여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전자팔찌는 재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범죄자의 위치나 소재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 성폭력범의 알리바이를 반박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되기도 한다.

물론 전자팔찌의 남용은 경계해야 하며 구체적인 방법은 효율성과 비용.인권의 측면 등을 따져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특히 형을 마친 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울 경우 그가 재범의 위험이 있다고 어떻게 판정할지 등의 여부는 과제로 남아있다.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에게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기는 악랄한 범죄다. 또한 피해자 가족 또한 씻을 수 없는 멍에를 걸머지고 아픔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용산사건 후 앞 다투어 목청을 높였던 국회의원들과 여야는 전자팔찌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성폭력 범죄로 인한 아픔을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