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독재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리센코 러시아공화당 총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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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르비는 경제실패로 「보수」에 집착”
『소련은 이미 독재를 향해 가고 있다. 이것은 군부나 KGB 등의 행동때문이 아니라 러시아공화국 공산당이라는 이름으로 전열을 재정비한 공산당의 반격과 텅빈 상점으로 상징되는 절망적인 경제상황 때문이다.』
개혁파로 고르바초프 이후 시대를 이끌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꼽히고 있는 블라디미르 리센코(소련 러시아공화당 총재)는 11일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건물에서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소련의 상황을 이와 같이 분석했다.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에서 가장 용기있는 정치인으로 소문난 리센코가 좌절감만을 드러낸 것은 다소 의외다.
리센코는 앞으로 다가올 독재는 과거와 같은 군부공산당식의 유혈탄압형이 될지,한국등 동아시아에서 목격한 것과 같은 개발형 독재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페레스트로이카 6주년등을 계기로 소련정치의 전망에 관해 리센코와 가진 인터뷰중 주요 내용이다.
­최근 소련정치의 흐름과 페레스트로이카정책 6년을 평가해 달라.
▲고르바초프는 현재 비극적 상황에 처해있다. 6년전 페레스트로이카정책을 실시할 때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에 처해있다. 당시 우리는 민주개혁파,공산당,군부 할 것 없이 그의 개혁정책을 지지했다. 그러나 지난 6년동안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페레스트로이카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세력을 중앙정부내에 형성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지난 여름 경제개혁안을 둘러싼 보수와 혁신의 대립이 심했을때 그는 우익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 옐친과 고르바초프간의 협력은 이제 불가능한 것인가.
▲옐친은 고르바초프에게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나 자신의 생각으로는 소련의 미래를 위해서는 사임을 요구하기보다는 두사람이 협력하는 길을 찾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러나 이미 두사람은 협력하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감정의 골을 파놓은 상태다.
­17일이면 새로운 연방조약안을 놓고 국민투표가 이루어진다. 과연 앞으로 소연방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현재 6개의 공화국이 신연방조약안에의 조인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몇몇 소문들에 의하면 몇개의 공화국들이 이러한 입장에 더 동조할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앞으로 소연방은 몇몇 공화국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연합을 맺을 것이며 이들은 또한 독립을 선언한 발트해 국가들과 새로운 우호관계를 맺을 것이다.
따라서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야 하겠지만 현재와 같은 거대제국 소련은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고 과거의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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