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몽 스님의 연애편지를 묶어|사랑고행 현몽 지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부르면 아직도 가슴이 저려 오고 눈물이 솟는 당신이여.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했던 그해 가을의 열병, 갈꽃 흐드러진 산골여울에 색동종이배 접어 띄우던 그 가을, 그때 그이상의 행복이 또 내게 있을 리 만 무다』
『사랑고행』은 산문과 속세를 드나들던 한 허무승의 연애편지 묶음. 열 아홉 살에 입산, 남녀의 사랑을 끝내 서 버리지 못하고 하산, 한동안 동거하다 헤어진 여인에게 바친 현몽 스님의 편지글들을 모았다.
현재는 다시 산에 들어가 수도의 길을 걷고 있는 현몽이 책머리에서『난색 처음 허섭 쓰레기 넋두리가 아닌, 피 냄새 풍기는 진실을 쓰게 된 것이 내심 기쁘나, 한편 다시 남는 건 통한의 눈물뿐』이라고 밝히고 있듯 남녀의, 속세의 사랑도 기실 영겁을 향하는 하나의 구원, 혹은 죄임을 이 책은 환기시키고 있다. 들꽃세상발행, 1백21쪽, 3천5백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